남발되는 부당 조건·“누르면 먹힌다”우월적 지위의 공공기관 - 공생해법은 없나

각종 규제, 인증 늘어나는데 추가대가 지급 외면
포괄적 과업지시서 내용에 따른 과도한 업무 강요
“발주기관 인식변화 선행되고, 잘못된 발주 관행 스크린 강화해 지속 개선요구해야”

▲ 정부는 7월 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4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공공분야 갑질 근절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책에서는 특별단속을 통해 공사 민원을 떠넘기거나 근거도 없는 자체 벌점을 매기는 행위, 설계제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 등을 근절하기로 했다. 사진은 제44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모습(자료: 국무조정실 국무총리비서실)

#1 A건축사는 00 공공기관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 혀를 내둘렀다. 전기, 설비, 토목(지질조사·산지적용 등), 구조(구조기술사 내진 협업), 적산, 조감도, 인증 심의(BF, 에너지절약계획서 등), 준공보고서, 인허가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과업들이 내포돼 있었지만 용역비 산정은 고작 대가기준에 따른 설계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2 B건축사는 건축설비 관련한 발주기관의 기타 용역 추가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발주기관에서 요구한 추가업무에 따른 하청 설비업체 추가비용을 고스란히 B건축사가 떠안아서다. 심지어 기계장비대가 많이 들어가는 시설은 공사비 기준 용역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계약된 설계대가에 건축사가 협력업체 불만을 들어주며 추가비용까지 지급하는 작금 행태를 보면 참으로 막막함을 느낀다.

공공 발주기관의 불공정관행에 대한 건축사들의 대응책 마련 목소리가 높다. 건축사들은 건물을 짓기까지 기계·전기·통신·구조 등 수 많은 관계전문업체와 협업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를 가장 시급히 다뤄야 할 문제로 꼽는다.

위로는 발주기관의 부당조건을 떠안으며 현장의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며, 아래로는 대가없이 행하는 과외업무에 따른 협력업체 비용 등을 홀로 해결해야 하는 처지다. 본지 7월 16일자 보도 건설기술진흥법상의 가설구조물 설계는 빙산의 일각이다. 관공서 비상주감리 시 상주감리자와 동일한 업무요구는 물론 준공 후 하자까지 불려가는 무한 책임 요구, ‘계획-실시설계’ 분리발주 시 발주처의 당연하다는 식의 계획설계 CAD파일 요구와 PM비용·디자인비용 청구 거절, 구조의 경우 관계전문기술자 협업대상이 아닌데도 필요에 따라 구조기술사와 협업토록 하는 발주처 지침과 별도 협업에 따른 대가산정 없이 건축사 설계대가에서 지불토록 하는 횡포 등 가지각색이다.

토목에서도 부대토목 외 지질조사(내역서BX산출, 토질시험 동반하는 NX요구), 경계측량내역서만 산정해놓고 산지전용을 위한 현황측량비, 기술자 날인 비용을 건축사가 떠안도록 하는 등 온갖 요구사항에 시달려야 한다. 각종 인증기관 심사와 심의에 늦는다는 불만과 심지어 인증 수수료까지 지불토록 하는 사례도 있다.

A 건축사는 “발주기관과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부터 각종 부당한 요구에 시달리는 일이 다반사”며 “이제 수익이 많고 적은 것은 차후 문제가 되어버렸다. 발주처의 요구사항은 대가없이 추가되고, 협력업체의 불만과 책임은 고스란히 대표업체인 건축사가 짊어져야 하는 무한책임이 정말 큰 문제다”고 전했다.

발주처 지침문구만 들이밀며 별도 협업에 따른 대가를 산정하지 않고 건축사가 용역비에서 지불토록 하는 횡포도 있다. 발주기관이 추가비용 대가지급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 건축사는 손실을 만회할 방법도 없다.

B 건축사는 “심지어 발주기관에서 감독들 말 잘 듣고 입맛에 맞는 업체를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부르는 게 값이 된다”며 “건축사들이 함께라는 정서로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건축사들은 무엇보다 발주기관의 인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 행해지는 잘못된 발주관행에 대해 B건축사는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계약만 원활하게 끝내면 된다라는 인식하에 행하는 법규 중심 행정은 ‘무책임한 행정’의 다른 말이다”며 “발주기관 입장에서 좋은 건축물을 위해 무엇이 공공을 위한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하고, 건축사협회 차원에서도 공공기관 발주공고 전담부서를 설치해 스크린을 강화하고, 잘못된 발주에 대한 끊임없는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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