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건축사협회와 희망TV SBS, 지자체, NGO(세이브더칠드런 등)가 연대하여 공립형 지역아동센터 신축을 위한 희망건축학교가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이야기에 재능기부이지만 참여하기로 했다. 희망건축학교 발대식을 위해 서울로 향했다. 참여한다고는 했지만, 처음 보는 한동대학교 학생들과 5일 동안 계획안을 마쳐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포항 한동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면서 계획안을 완성했다. 첫날은 인근 지역의 아동센터 답사 및 현장답사가 있었고, 두 번째 날은 사용자 워크숍이 있었다. 영해초등학교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던 아동센터를 그림으로 그렸다. 아이들은 집처럼 편하게 쉬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남은 이틀 동안 계획안을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빠듯한 일정이라 한동대 학생들은 힘들었을 텐데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밤낮 없이 열심히 작업을 했다. 오로지 아이들이 어떠한 공간에서 공부하고 놀고 쉬면 좋을지에 대한 생각만 했다. 마지막 날 아침까지 계획안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만의 생각대로만 계획안을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으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형태는 점점 갖춰지고 극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희망건축학교를 통해 나온 계획안이 실제로 지어지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작년 11월 준공식을 하고 올해부터 아이들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센터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채워지길 바래본다.
이번에 참여하면서 신진건축사와 예비건축사인 대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여 공모전 방식으로 안을 선정하는 것은 좋았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나에게는 학생들과 함께한 공동작업을 통해 당연히 사랑받아야할 아동들의 인권과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영해초등학교 아이들과 여러 번의 워크숍을 통해 센터를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 또한 즐거웠다. 준공식이 있던 날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물고기를 찾아보고 자신이 그려봤던 센터가 만들어져 기뻐하는 모습에 뿌듯했다.
아쉬웠던 점은 주어진 프로그램 안에서만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정해진 대지와 프로그램의 틀을 넘어, 기획 단계에서부터 건축사가 참여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협의해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과의 대화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을 모색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 지금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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