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뭐하는 사람이야? 직업이 뭐야?” 내 인생의 1/3 시점에서 들은 아이의 질문이다.
계획, 설계, 시공 이라는 단어로는 이해시킬 수 없다. “응, 아빠는 우리가 사는 집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야.”
건축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수주를 하고 계약서를 작성하고 설계를 진행한다. 건축설계를 의뢰한 건축주도 사람, 그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을 위해서 깊은 고민을 하는 건축사도 사람이고, 시공을 하는 시공사도 사람이다. 건축은 사람과 사람의 합집합 즉, 건축의 주체는 사람이다.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가 한 마음으로 가지 못한다면 그냥 건축물은 지어질 수 있어도 모두가 만족하는 건축물은 지어질 수 없다.
건축사는 디자이너인 동시에 카운슬러 이며 컨설턴트이다.
나의 재능과 건축사라는 자부심만으로는 건축을 할 수 없다. 건축주의 마음을 이해한 후 건축 환경과 맞지 않는 조건이 있다면 건축적 지식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더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건축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작업을 하면서 하루에 몇 번씩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줘야 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건축사들이 해야 할 범위는 어디까지 인가? 정답은 없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더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뿐이다.
나는 사람들을 위한 건물을 지어주고 싶은 건축사다. 거기에 법적제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언제든지 그 건물에 살고 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내가 설계한 건물을 지어줄 시공사의 이야기도 들어줄 준비도 한다.
건축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너희들은 잘 지어진 유명한 건축사의 작품을 보는가? 아니면 그 건물이 전하는 이야기를 보는가?”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형성이다. 믿음이 없으면 관계형성은 이루어 질 수 없다. 건축사는 건축주로부터 설계대가를 받는다. 그런데 건축주는 자신의 일생 모은 돈을 투자해서 건물을 짓는다. 일생동안 한 채의 건물을 갖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떤 건축사, 시공사를 만나냐에 따라 그 사람 인생의 희노애락이 결정된다. 건축사와 시공사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정말 사람과 사람사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건축주에게 추천하는 것도 행복한 건축물을 만드는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그냥 건축물이 아니고 행복한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카운슬러와 컨설턴트를 계속할 것이다. 내가 해야 할 범위를 만들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만을 구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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