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책임구조기술자 자격’ 놓고 건축사-건축구조기술사 시각차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전부개정안 공청회
건축사협회 “학교시설 안전 위해 기능보존과 통합설계기준 마련해야”

▲ 11월 8일 오후 3시 더케이호텔서울 거문고 B홀에서 열린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가 현재 내진설계기준 공통적용사항 및 건축구조기준에 따른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2009년)’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내진구조성능확보를 위한 업무를 관장하는 책임구조기술자 자격을 놓고 건축사업계와 건축구조기술사업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가 학교건물 안전확보를 위해 한 분야 관계전문기술자에 편중되기 보다는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토록 책임구조기술자 자격을 ‘건축사, 건축구조기술사 혹은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구조전문가’로 해야 함을 주장하는 가운데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이하 구조기술사회), 한국지진공학회(이하 지진공학회)는 책임구조기술자 자격을 ‘건축구조기술사로만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11월 8일 열린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전부개정안 공청회’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현재 교육부는 작년 9·12 지진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학교시설 내진보강을 위한 투자를 위한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과 내진보강 매뉴얼을 개발중이다. 학교 내진보강 투자가 확대되고 있지만, 사업체계가 정리돼 있지 않아 사업을 추진하는 일선 교육청이나 관계자들간 여러 애로사항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흩어져 있는 내진 관련 기준, 가이드라인을 체계화해 내진사업의 효율성 증진과 학교시설의 내진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교육부, 행정안전부간 내진성능 기준, 평가방법 등이 통일돼 있지 않다. 관련 업계 입장에선 자칫 혼선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현행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은 2009년도에 개정된 것으로 최신 기술기준이 반영돼야 하며, ‘학교시설 내진보강 매뉴얼’도 내진성능평가 및 보강절차·방법 표준화를 위해 현재로선 시급하다. 현재 교육시설재난공제회가 교육부가 올해 특별교부금 국가시책사업으로 추진하는 ‘학교시설 안전강화 사업’을 수탁받아 수행중이다.
교육부는 올 초 유·초·중·고등학교 경우 연 2,500억 원씩, 국립대의 경우 연 250억 원을 지원해 2035년까지 총 5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학교 내진보강을 완료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당장 내년부터 평균 1,000건에 이르는 학교시설 내진보강 용역이 쏟아져 나온다. 이날 공청회 전에 배부된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전부개정(안)에는 ‘책임구조기술자는 학교 건축구조물의 구조에 대한 구조설계, 시공, 구조감리, 안전진단 등 관련 업무를 각각 책임지고 수행하는 기술자로서, 책임구조기술자의 자격은 건축구조기술사 혹은 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구조전문가로 한다’고 규정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이병호 부장이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개정방향’에 대해서, 대한건축학회 박홍근 교수가 ‘학교시설 내진설계기준 세부 개정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오종열 사협 이사는 “내진구조보강만으로 해결될 안전문제라면 건축구조기술사가 하는 것이 맞지만, 학교시설이라는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해서는 한 분야의 관계전문기술자에 편중되기보다 건축의 특성상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사업이 추진되도록 해야 한다”며 “건축물 사고는 붕괴사고보다 가스, 전기, 화재 등 비구조요소에 의한 사고가 더 많아 학교시설 안전을 위해 기능보존과 통합설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현재 건축구조기술사 숫자가 충분히 많다. 학교시설 내진보강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으며, 안전의 중요도가 높은 학교시설은 애매모호한 동등이상의 자격을 가진 구조전문가라고 하기 보다 명확하게 규정돼 정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태진 지진공학회 감사는 “27만 건의 업무를 건축구조기술사가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연간 1000건을 수용 못한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진설계 기준안의 책임구조기술자 자격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 “학교시설 내진보강, 허가사항인 대수선 해당…내진보강 일임해달라는 건 도 지나쳐”

공청회에 참석한 A건축사는 “공청회서 구조기술사회가 주장한 건물안전은 협상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말은 분명 맞는 이야기지만, 이를 구조기술사측에서 말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2010년 국정감사에서 구조기술사회가 내진설계 실태조사결과를 조작해 왜곡자료를 제출하는 등 안전사고를 이용한 업역확대 시도로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자료채택이 거부된 바 있으며, 내진보강 때 학교 건물의 가치와 공간안전성, 그리고 장래 교육환경에 적합한 공간 재배치도 생각한다면 건축사가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 게다가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학교시설 내진보강이 허가사항인 대수선에 해당함에도 구조안전확인을 모두 구조기술사에게 일임해달라는 주장은 도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의 ‘학교시설 안전강화사업’을 수탁받아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및 매뉴얼 개발을 추진중인 교육시설공제회는 발주방법 등을 매뉴얼에 포함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병호 교육시설공제회 부장은 “교육청에서 매년 1,000건의 용역이 나오는데 민간전문가가 다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한정된 민간전문가의 과도한 업무량에 따른 품질, 안전 저하문제도 우려된다”며 “학교시설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건축계획분야 전문가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전면개정
   11월중 행정예고 후 내년 1월 고시
   학교시설 내진보강 매뉴얼 개발
   12월중 의견수렴해 내년 1월 확정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시설 내진설계 기준 전면개정은 11월중 행정예고 후 내년 1월 고시되며, 학교시설 내진보강 매뉴얼 개발은 12월중 의견을 수렴해 내년 1월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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