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이름과 익명 ID

장양순 건축사l승인2017.11.0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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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는 추사 등 백여 개 이름가져
현대인은 ID로 생활 
공공아이핀 어렵고 복잡
그래도 건축법안 적극 참여해야


옛 사람들은 통상 서 너 개의 이름을 가지고 한평생을 살았다. 태어나면 아명(兒名)을 짓는데, 천한 이름이 오래 산다는 속설 때문에 고종황제도 개똥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그런가하면 이율곡은 태몽으로 인하여 현룡이라 하였고, 다산선생은 아들들의 아명도 무장, 문장, 구장 등 돌림자를 넣어 지었다. 이들은 땋은 머리를 상투 틀고 갓을 쓰는 성인식에서 비로소 평생이름인 관명(冠名)과 함께 자(字)를 지어 받았다. 그러나 당나라에서 온 실명경피속(實名敬避俗) 때문에 본명을 부르지 않았다. 자도 친인척들과 지인들이나 부를 정도였다.
따라서 아명을 버린 후 두 이름을 가졌지만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이름이 필요했는데 이것이 호(號)이다. 그렇기에 이율곡도 본명인 이나 자인 숙헌 보다 호인 율곡 즉 ‘밤골’로 불리었고, ‘계곡에 물러앉은’ 퇴계가 본명인 이황이나 자인 경호보다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호(號)는 아호(雅號)와 당호로 나뉘기도 하며, 자신이 직접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주기도 하는데 율곡이나 퇴계처럼 대체로 자신이 거주하는 지명을 차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석학과 글씨의 대가인 김정희는 완당, 추사, 예당 이외에도 100여 개의 호를 스스로 지었다. 40여 년 전, 신영훈 선생을 따라 추사고택을 갔을 때 후손이 보여주는 호를 새긴 인장만 한보따리였다. 선조들은 한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우리는 어떤 이름으로 적어놔도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요즈음 사람들은 대부분 본명 하나로 통한다. 대신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ID(identity 또는 identification)를 갖고 산다. 이것으로 소통하고 물건도 구매하고 세금이나 공과금도 낸다. 모든 증명서의 발급은 물론 건축사들은 세움터에 편리하게 접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SNS는 신분 노출이 안 되다 보니 초등생 자녀들이 올린 음란물을 부모가 보기도 하고 온갖 욕설과 음해가 난무하며 이로 인하여 자살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숙제부터 모든 정보를 질문으로 남에게 의존하는 핑프(핑거 프린세스의 줄임말)족 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의 모바일에도 밴드와 카톡방이 20여 개가 넘고, 그밖에도 페이스 북 네이버 구글 등을 통하여 홍수처럼 소식이 전해온다. 유용한 것도 많지만 중복되어 전해지는 엉터리 소식들이 심신을 피곤하게 한다.
협회에서는 한 달 전부터 2000㎡이하 건축물의 지정 건축사 감리법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참여해달라는 메일을 보내왔다. 이는 개인과 국가재산을 부실에서 건지고 형식적인 감리에서 정상적인 감리로 전환하는 매우 중요한 법 개정안이기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찬반을 쓰려면 반드시 공공아이핀이 필수였기에 몇 년 전 사용했던 것으로 시도했으나 무슨 일인지 열리지 않았다. 한 30분 씨름하다 결국 다음날 동사무소를 찾아가 임시패스워드를 받고 집에 와서 정식 패스워드를 만들어 들어가기를 시도했는데, 2차 패스워드에서 걸리는 등 고군분투하여 겨우 임무를 완수하였다. 얼마 전 60∼70대인 감사모임에서 이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들 곤혹을 치렀다고 입을 모았다. 워드나 겨우 하는 노장도 이리 어렵게 동참하는데, 청장년 건축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아쉽다.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건축사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국가와 국민 그리고 건축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본 법안이 국회에 상정, 통과되길 기대한다.


장양순 건축사  cyss1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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