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제연구원 ‘건축물의 공공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문직 활성화방안 연구’ 발표

건축물 공공성·안전성 확보할 설계·감리 체계 마련돼야

무자격자에 의한 건축사業이나 불법 면허대여 등으로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건축분야 세분화에 따른 권한과 책임 불균형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업계는 설계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풀어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이 안전한 건축을 위해서는 건축사의 배타적, 독립적인 설계·감리가 실무에서 구현돼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건설업자에 고용된 건축사의 건축물 설계·감리는 건축사 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충족하지 못해 건축물 안전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어 금지돼야 하며 부실건축의 원인이 되는 무자격자의 설계·감리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한국법제연구원이 이같이 발표한 ‘건축물의 공공성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한 전문직 활성화방안 연구’에 따르면, 건설업자가 효율성을 이유로 안전성과 공공성을 무시하고 무리한 설계변경을 감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계변경이 필요한 경우, 건축사협회 등을 통해 검토할 수 있도록 합리적 절차가 정립돼야 하며, 건축사협회 주도로 기술발전위원회를 구성, 건설업계와 협력해 안전하고 공공성이 높은 신기술이 설계에 반영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대규모 건설업자가 건축사를 자체 고용해 설계·감리업무를 하는 경우, 건축사의 설계·감리에 대한 배타적 권한은 침해될 수밖에 없는데 건축사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설계를 하고 건설업자의 시공에 대해 감리할 수 있을 때 보다 안전하고 공공성에 적합한 신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재판소도 “건축사에게 고도의 전문성과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고, 건축사의 업무내용과 전문성, 건축의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매우 큰 점을 인정하고 있다”며 “건축사 자격제도에 개인의 영리추구보다는 공공성이 부여돼 있다”고 건축사의 공공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 소관의 국가전문자격인 건축사는 업무 독점형 자격 중 면허자격, 법률규제 전문자격으로, 건축물의 안전성과 공공성 및 경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가전문자격을 취득한 건축사가 설계, 감리를 자기 책임 하에 수행케 하고 있다. 세계 130여 개국의 건축사단체로 구성된 세계건축사연맹(UIA, Union of International Architect)은 건축사에 대해 ‘법과 관습에 의해 전문적, 학문적으로 자격을 갖추고 관할지역 내에 실제 업무를 위해 법적으로 등록을 한, 자격증을 취득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건축사법에 따라 건축사자격시험에 합격하고 건축사업무를 위해 국토부로부터 자격증을 받고 등록을 한 건축사를 정회원으로 하고 있으며, 건축사자격을 취득하거나 외국에서 건축사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준회원으로 두고 있다.
한국법제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축물의 설계 및 감리에 관한 업무를 원칙적으로 건축사가 맡도록 인정하고 있으며, 극히 예외적인 대규모 복합공사로서 공항, 고속철도, 발전소, 댐 또는 플랜트 공사의 건설사업관리자가 건축사·기술자 등 기술 인력을 갖춘 경우에 한해 설계·감리 업무를 위탁받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 건설업자 설계·감리업무 시 독립성·중립성·객관성 담보 못해
   건축사협회에 면허대여 조사·징계권 부여해야

박광동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축물은 국가의 공공성과 국민 생활과 재산권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전문자격사 제도인 ‘건축사’는 안전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비자격자는 국민에게 예측하지 못한 재산상 손해 및 주거복지의 피해를 주게 될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면허대여 등을 막기 위해 건축사협회에 면허대여 실태파악 권한을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건축사협회가 실태조사에 기초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이를 위반한 면허대여자를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거확보와 단속이 쉽지 않으므로 형사처벌만으로는 무자격자 및 면허대여에 따른 부실설계와 감리를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부실설계와 감리로 인한 손해가 발생한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2009년 ‘건축구조설계기준’이 ‘건축구조기준’으로 개정되면서 소방, 전기, 통신 등 다른 영역도 별도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으며, 2014년 5월 시행된 건설기술진흥법에 의해 건축물의 설계분야 구분이 모호하게 분산되고 엔지니어링 관련 관계전문기술분야가 개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 건축사 전기·소방·통신 등 총괄관리하는 ‘설계총괄관리 제도’ 도입해야

한국법제연구원은 연구보고서에서 “전기, 소방, 통신 등 각종 시설의 설치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 건축사가 책임을 부담하게 되나, 그에 적합한 권한이나 보상지급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주거복지 및 건축물 안전 측면에서 건축물의 축조와 유지를 위해 필요한 전기, 소방, 통신 등 각종 시설들의 설치 또는 시공은 건축사의 설계·감리를 통해 통제돼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으로 건축사가 전기, 소방, 통신 등 의 설치를 총괄관리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설계총괄관리 제도’ 도입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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