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법에 의해 건축사예비시험의 폐지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금까지 건축학 전문학위(Professional Degree) 프로그램이 아닌 4년제 학위과정을 유지하고 있는 종합대학과 2년제 또는 3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대학 소속 교수들은 좌불안석(坐不安席)이다. 학생들이 학위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쳐도 건축설계 분야의 최종 전문가인 건축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추가적인 교육을 이수하여야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3일 대한건축학회 주최로 개최된 건축학·공학 교육제도 개선 방안 포럼은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 현재의 응시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건축학 교육의 문제를 학교 및 학과 구성원들 입장, 즉 교육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제도 개선 논의의 중심과 기준은 교육 프로그램 이수를 위해 입학을 지원하는 학생과 프로그램 이수 후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될 시장이 되어야 한다. 재학생들을 위한 공급자의 요구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건축학 전문학위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은 학교에서 신입생모집 당시 건축사제도와 관련된 학위프로그램의 한계를 입학지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학과 자체의 존립 위기 타개를 목적으로 수요자가 아닌 대학과 해당 학과 구성원의 안위를 위한 제도 개선 주장으로 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제도 개선의 본질이라 볼 수 있는 시장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점도 참석자 대부분의 편향된 시각을 반증했다. 지난 6년간 5년제 전문학위 프로그램 이수자의 건축사사무소 취업률이 35%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을 비롯한 서울 소재 중소형 건축사사무소들 역시 신입을 포함한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이 어려운 시장 현실이다. 시장수요의 부족으로 공급자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건축설계시장 내 구성원 간의 심각한 눈높이 불균형이 그 원인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시장 상황과 타 분야에 비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근무조건 등의 현실적 한계, 즉 근본적인 건축서비스시장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입학지원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각 학교의 학과프로그램 운영의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으며 치열한 경쟁 속에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점을 건축교육계는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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