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건축관련 엔지니어링분야 분리발주 움직임’…정보통신공사업계 요구

건축사협회,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간담회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요구’
건축비용 20% 가중·효율성↓…“건축사 설계 총괄조정·건축물 통합관리 불가”

최근 건축물 구조분야에 이어 정보통신업계까지 이른바 ‘엔지니어링업계 분리 발주’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12월 12일 대한건축사협회(이하 사협) 정책연구실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이하 정보통신공사협회)가 ‘정보통신공사 설계 및 감리 수행주체 개선 관련 협의’를 사협과 12월 14일 진행하며, 정보통신공사를 분리발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간담회에서 정보통신공사협회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제2조 제8호·제9호·제10호의 설계, 감리, 감리원의 정의에서 ‘「건축사법」 제4조에 따른 건축물의 건축 등’을 제외한다는 규정삭제 개정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기술관리법, 소방법과 같이 개별법의 규정을 따라야 하고 개별법에서 정한 설계자·감리자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소한 공공부문에서라도 정보통신분야의 분리발주가 의무화돼야 함을 요구하며 분리 움직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이러한 정보통신 공사업계의 분리발주 움직임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사안이다. 2015년 10월 19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서상기 의원이 정보통신 용역업자도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공사의 설계 및 감리를 수행하게끔 하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내용으로 2011년에도 법안이 상정됐지만, 모두 폐기된 바 있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용역비용이 낮다는 점, 통합발주로 인한 관계전문기술분야 관리 부족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또 정보 통신기술은 건축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인데, 이를 반대하는 것은 I.O.T(Internet of Things) ·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및 정보통 신분야가 타분야와 융합하는 국제적 경향에도 역행한다는 설명이다.

◆ 자동차 제조사, 수많은 협력업체 총괄해 제품 생산하듯
  건축물도 기계·전기·통신 등 유기적으로 연관돼 만들어져

하지만 건축사업계 건축사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건축물은 기계·전기·통신·소방·구조 등 수많은 분야가 유기적으로 통합조정 돼 완성되는데 건축물의 한 요소, 즉 관계전문기술 분야를 독립발주하는 것은 건축사가 설계해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아 건축물을 완성토록 하는 현행 법체계에 혼란을 가져오고, 건축물의 품질과도 직결되는 건축사의 총괄조정업무를 불가능하게 해서다.
이는 수많은 협력업체를 거느린 자동차 제조사와 비견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각종 내비게이션 등 전기전자부품·기계·통 신·타이어 등 전문분야와 긴밀히 협력해 설계안대로 업체선정·의뢰·품질 및 공정관리 등을 총괄해 하나의 자동차를 만들어내듯 건축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건축물의 품질에도 역행한다고 강조한다. 류치열 사협 정책연구실장은 “건축물 설계·감리업무는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건축사만 할 수 있는데,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설계자는 용역업자 중 아무나 할 수 있어 책임질 수 있는 능력·권한이 없다”며 “건축법에 따른 건축설비의 관계전문기술자는 기술사를 의미하는데, 정보통신공사업법의 용역업자는 기능계 정보통신기술자(기사)도 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 낮은 용역대가는 “자체 정보통신공사업계 면허대여 문제가 원인”…“접근이 잘못됐다”

통합발주로 용역비용이 낮아진다는 설명도 아전인수격 발언이라고 업계건축사들은 입을 모은다. 왜냐하면 기술자가 아닌 기능계 정보통신기술자도 설계가 가능해 이들이 용역수행 때 기술자 도장날인을 위한 비용을 따로 지급하는 자체적인 면허대여 문제가 만연해 있어서다. 자체 면허대여에 따른 별도 대가지급은 당연히 낮은 용역비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
한 건축사업계 건축사는 “기사 등 기능계 정보통신기술자가 용역을 수행할 때 기술사 날인을 위한 비용을 따로 지급하게 된다”며 “이럴 경우 비용지급 후 대가가 낮아지게 되는데 문제의 본질은 놔두고 남 탓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요자인 건축주 입장에서도 더 큰 경제적 부담과 관리를 어렵게 하는 불편을 초래하게 한다. 박준승 사협 법제담당 이사는 “분리발주를 할 경우 건축주에게는 약 20%의 대가가 증액돼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계약업무상 비효율로 발주 기관도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사협 법제위원장도 “현행 정보 통신공사업법은 공사업체가 설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바 윤리적으로 위험하다”며 “시공업자는 기업 이윤이 최우선 되는 조직으로 공익을 추구하는 건축사의 설계와는 구분돼야 한다. 건설업체가 설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보통신분야도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정보통신기술사사무소 수는 전국 43개 뿐으로 턱없이 부족해, 한 달 건축 인허가 건수가 1.6만여건에 이르는 현 시장 상황을 감당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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