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안전 대책’ 2016 국정감사 후속 긴급 현안 토론회

‘건축물의 내진설계·시공의 패러다임적 전환 모색’ 토론회
국회 토론회, 이래도 되나…구조기술사 사적 이해관계 개입 의혹
명분 잃고 토론회 취지 변질, 시종 팽팽한 신경전

“건축사협회가 조사한 구조설계관련 업무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건축사들이 구조안전확인서 제출대상 건축물 설계 시에 구조안전확인을 90% 이상 구조협력업체에 맡기고 있다. 구조사무실에 맡겼는데 구조계산이 잘못됐다 하면 구조기술사가 구조계산을 잘못했다는 거 아닌가. 현재 설계 중인 작업이 있는데 구조기술사가 두 명이나 있는 제법 큰 구조사무실과 협업 중이다. 현장에서 건설사가 크레인과 계속 시름하고 있는 와중에도 구조사무실에서 도와주질 않고, 건축에 대한 리스트 하나를 못 보고 있다. 건축사가 구조안전확인 협력을 받을 때 구조기술사가 건축 디테일, 상세를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비정형건축물, 대형 건축물을 지으면 전부 외국 구조기술사가 다하지 않나. 왜 그런 현실을 모르고 건축사 탓을 하는가?” (대한건축사협회 김영훈 법제위원장)


“건축사의 대가가 구조기술사 열 배 이상이다. 모든 건축물의 구조계산을 건축구조기술사(이하 구조기술사)에게 맡기게 된다면 그 비율과 비슷해진다. 단순히 구조기술사 천 명 정도라 협력을 받는 데 한계가 있어 현 체제를 유지하자는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구조사무실에 과장, 부장 등 보조인력들을 활용하면 현재보다 업무수행능력을 키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김성호 부회장)


10월 28일 국토교통부과 국토교통위원 전현희 의원실과 공동으로 개최한 ‘대한민국 지진 현실화, 건축물 내진 설계·시공의 패러다임적 전환 모색’ 토론회에서 지진안전 대책을 두고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간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토론회는 최근 경주 지진으로 인한 지진피해로부터 건축물 안전에 대한 건축물의 설계와 시공관련 제도현황, 개선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건축사협회 “구조기술사 숫자 절대적 부족…협력 받고 싶어도 못 받는다”
“건축사 90%가 구조안전확인 구조협력업체 통해 처리하는데
‘구조안전 문제제기’는 구조기술사측 스스로 ‘부실’이라 인정하는 것”

발제자는 서울특별시 황일람 상황대응실장, 시민단체 경실련 신영철 국책사업 감시단장, 대한건축사협회 김영훈 법제위원장, 대한건축학회 박홍근 서울대 교수가 참여했다. 발제 이후에는 국토부 엄정희 건축정책과장,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김성호 부회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유영찬 건축도시연구소장, 한국지진공학회 유은종 한양대 교수, 대한건설협회 최재균 실장, (주)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영진 DCM/QC본부 소장, 현대건설 김재건 연구개발본부 부장대우가 패널로 참석해 자유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중립을 지켜야하는 좌장이 발제자 발표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는가 하면, 심지어 편향된 논조로 발제자 발표내용에 반박까지 한 것과 관련해 토론회가 ‘형평·중립성 훼손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좌장인 오상훈 부산대 건설융합학부 교수는 내진설계 전공임을 밝히며, 사과의사를 전했지만 토론장 비판의견이 쉽게 잦아들 분위기는 아니었다.
토론회는 발제 1부로 황일람 서울특별시청 상황대응실장의 ‘서울시 내진현황과 정책방향’,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 감시단장의 ‘건축물 안전확보를 위한 제언’ 이후 발제 2부로 박홍근 서울대학교 교수의 ‘내진설계의 적정성 확보’, 김영훈 대한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의 ‘시공과정의 내실화 제고’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 좌장, 건축사협회 발표내용에 이의제기 및 공격성 발언

신영철 경실련 단장은 건축물 안전확보 방안으로 지난 건축법 개정과정에서 삭제된 ‘지역건축센터’ 설립을 강하게 주장했다. 허가권자에게 권한에 맞는 가장 큰 책임을 부여해야 하고, 허가권자 전문성 확보란 목적 하에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기술분야전문가’ 채용, 민간공사에서 허가권자의 공사감리자 지정 및 계약, 적정대가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교수는 내진설계 적정성 확보를 위해 모든 건축물 내진설계 적용과 안전확인 의무화, 최소 3층 이상 건축물로 구조전문가 의무참여범위 확대, 내진 특등급 건축물 비구조재 내진설계의무화, 구조전문가 현장확인 필요 및 다수 저층 건축물 현장감독 체제 필요 등을 발표 시 제안했다.
문제는 발제자 발표가 끝난 후 시작됐다. 발제 이후 자유토론을 앞두고 좌장이 서두발언으로 김영훈 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의 발표내용에 이의를 제기한 것. 김영훈 건축사협회 법제위원장이 ‘건축사는 구조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고 시험에 합격한 전문가’라는 골자로 ‘건축학과 4년제 및 5년제 건축구조 교육프로그램 내용’을 소개한 것에 반론을 달며 “이화여대의 경우는 발표자료와 다르게 총 세과목만 구조관련 학점을 이수한다”고 구조기술사측으로 편향된 발언과 함께 데이터 오류라는 공격성 발언을 이어 갔다. 업계간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좌장의 발언은 토론장을 술렁이게 했다. 좌장의 중립성 훼손이 균형을 무너뜨려 토론회 개최 명분 및 취지가 변질됐다는 의견이 높아서다.

◆ 구조기술사회측 의견 내세운 발제자
   박홍근 서울대 교수, 발표자료에
   ‘대한건축학회 KBC 센터장’ 명기…
   학회 확인결과
   “대한건축학회 공식의견 아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건축사업계 건축사는 “토론회 개최도 급조된 상황에서 좌장이 한쪽에 편향된 입장을 표명한 것은 문제가 크다”며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업계이익을 떠나 서로 협력해 방안을 찾자는 토론회 개최취지도 무색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현희 의원실 관계자는 “국정감사 후속 긴급현안 토론회라 구상자체는 국감때부터 했지만 언론보도 정리라든지 실무에 착수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며 “좌장은 대한건축사협회와 대한건축학회에서 추천된 인사 중 국토부와 협의해 건축사업계 인사가 아닌 학계 인사를 선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발제자로 나선 대표성 문제도 제기됐다.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발제 2부에 나선 박홍근 서울대학교 교수가 ‘대한건축학회 서울대 교수’, ‘대한건축학회 KBC센터장’ 직함을 사용한 것. 이럴 경우 박홍근 교수의 의견은 대한건축학회 KBC센터를 대변하는 대표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확인 결과 그렇지 않았다.
박홍근 교수의 입장이 대한건축학회 공식입장인지 학회측에 문의한 결과 이태완 사무국장은 “그렇지 않다. 개인적 연구와 관련된 것으로 대한건축학회 공식 의견이라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토론회를 기점으로 전현희 의원실은 관련법안 개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희 의원실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은 지켜봐야 알겠지만, 건축사업계와 구조기술사업계간 이견이 커 이미 마련된 법안초안이 수정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법안공청회가 아닌 토론회 형식으로 간 것이다”며 “토론회 전 이미 건축사협회측과 협의하면서 의견수렴을 했고, 이후로도 관련업계 미팅을 내부적으로 하겠지만 아직까지 공식적 토론회를 한번 더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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