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미린

얇은 영혼에는 뼈가 더 없을까
피는 더 없을까

신(神)은 흔들려
영혼에 가까워질까
이끌려 소년에 가까워질까
이끌려 소년에 가까워지면
향수병의 입구를 핥고 싶어지면
향수병의 입구를 핥는 소년이 되면
정교한 갈비뼈의 청년이 되면
셋 다 죽은 연애 속에서
엎드려 반지를 끼고
반지를 낀 영혼이 되면
엎어진 영혼은 뼈를 믿으면서 흘렀다는 말,
피를 묻히면서 믿어 왔다면

너희는 소년의 것과 흐린 경찰의 것

먼 영혼은
알비노와 흰 것에 대한 초월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안미린 시집 중에서/민음사/ 2016
「청교도」라는 제목을 가진 이 시는 제목과 내용이, 내용과 내용이, 단어와 단어 간의 연관성이 아무것도 없다. 억지로 연결을 짓자면 그리 못 할 것도 없지만 수차례 읽다보면 차라리 그런 연관성이 없는 게 더 ‘좋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이리 덧대고, 저리 덧대고, 필요하면 늘리고, 그러다 필요 없으면 방치하다가 버려 둔 것 같은 집에 들어 온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Architect 없는 건축’의 아름다움을 얘기하듯이 이 시에도 그런 아름다움이 있다. 아무 연관없는 것 같은 행과 행 사이에서 비릿한 것이 베어 나온다. 거부감이 있지만 왠지 떨쳐버릴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끌림. 아마도 시의 작용이란 그런 것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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