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화사한 햇살이 기분마저 화창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화단의 꽃들은 이제 자색을 드러내며 저마다 자랑이 한창이고, 유치원 가는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은 맑은 날씨만큼이나 유쾌해 보입니다. 모두가 행복한 일상의 시작입니다.

봄이라서 일까요? 아침의 모습이 생동감이 있어 보입니다.

출근을 합니다. 이것저것 열심히 정리를 하고, 연락을 하고, 약속을 합니다. 일상적인 내용입니다. 그럴 것이 아무런 달라질 이유가 없는 탓이겠지요. 아니 이미 달라져 버린 탓 아닐까요? 몇 년 전엔 아침부터 시끄러웠습니다. 여기지기서 파일 항타소리가 귀를 울리고, 지반을 헤집이는 포클레인소리가 사무실 창문을 못 열게 하더니만 지금은 너무 조용합니다. 이제 도시가 안정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일이 한참 재미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만든 도면으로 어떤 실물이 나타나곤 했을 때 그 기분이 묘했습니다. 그것이 재미있어서 20년이 넘게 작업을 합니다. 손으로, 여느 때는 자판을 두드려서... 자기가 하는 일이 재미가 있으면 천직이라고 했지요, 아마?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이일이 좋습니다. 뭔가를 구상하고, 만드는 일이지요.

이것저것을 뒤적이다 지난달에 하버드에서는‘융합흐름 한국(CONVERGENT FLUX, KOREA)’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 건축을 소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멋진 일이지요. 우리나라의 근대건축이 시작된 이래, 미국 본토에 우리의 건축을 알리는 전시회를 그것도 하버드에서 인정을 했으니 매우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랑 할 것은 자랑하고, 박수칠 것은 응당 박수를 보내는 것이 즐겁게 사는 일이랍니다. 지난일이지만 작년 11월의 ‘한국건축의 모더니즘 작동성’이라는 전시회를 가진 우리 건축인 50명도 달라진 우리 건축계를 보여줬다고 생각을 합니다. 예술의 전당에 떡하니 자리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것을 접하려면 어찌해야 하나요? 꼭 서울로 가야만 하나요? 우리 같은 사람이 전부 다녀 올 수는 없지 않나요? 젊은 우리 건축사들에게 서로의 사관을 토론하고 발전시키고 싶은데 지방이라서 어렵습니다.

여기저기서 건축문화제가 열렸습니다. 부러워서, 너무 부러워서 우리도 뭔가를 해보려 만들었습니다. 기실 작년에 열기로 했는데 신종감기에 밀려서 올봄으로 연기하더니, 이제 선거다 뭐다하면서 10월 말로 연기되었습니다. 전남영암에서 열리는 한옥박람회입니다. 준비가 만만찮아 보입니다.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벌써 설계공모전과 사진공모를 끝냈습니다. 여기에 올 가을 앞의 50인을 위시한 우리회원 모두를 초대하였으면 합니다. 단풍구경과 F1구경을 더불어 낙지와 남도 한정식을 맛보시고, 서로 깊은 내공들을 펼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정보에 접하는 기회가 적은 우리 지방건축인에게는 순회교육연수, 찾아가는 정보 등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먹고살기 바빴고, TV하나 없던 우리 어릴 적에 학교운동장에서 상영했던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아시나요?

우리는 모두 미완성인 상태로 살아나가고 있다는 말에 동의를 합니다. 내 자신이 참 모자르지요. 그렇기에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건축사로 일한지 20년이 지났지만 항상 일하면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내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에 건축인이 배정되었다는 소식에, 이제는 만능엔터테이너가 바로 ‘ARCHITECT’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렇듯 일에서 손을 놓을 때까지 계속 배워야 할 직업인 것 같습니다.

지방에 있기에 서울회원의 심의를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회원이신가요?’ 다행히 모두 회원사였습니다. 그러나 한마디 되돌아 왔습니다. ‘왜 협회에 가입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신입회원이 많아요.’ 뭐라고 대답할 말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회의용 서류를 보면 계획은 잔뜩인데 회원들에게 닿지는 않으니 그럴 수밖에요. 건축사법이다 등록원, 설계 감리분리 등 하나도 이루어진 것이 없이 중앙에서 흔들리니 하부의 우리들은 멀미날 지경입니다. 공제사업, 친환경인증원 등 수익사업도 ‘아직’이지요?

우리 모임 멤버중에 100-1=0 이라고 우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산수를 영 못한다고 했더니 그게 고차원적 경제수학인 모양이었습니다. 우리중 하나를 잃으면 무리자체가 깨질 수가 있음을 가르치는 것 같았습니다.

요사이 우리협회에 다 끝난 일에 엉뚱한 뒤풀이를 하고 있는 그룹이 있다고 하던데 이제 그만하셔야 되는 거 아닌가 합니다. 회의의 미학은 결론을 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제는 모두 털고, 일하게 성원해 줍시다.

미우나 고우나 협회는 우리입니다. 우리의 울타리이지요.

우리 모두는 빚진 사람들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보이지 않는 사랑이 우리를 지켜왔습니다. 살다보니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도 미움도 모두가 하나이듯이, 이제 조금이나마 갚아야 할 것이 있다면 예전보다 조금만 더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각하고 사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나저나 인사가 빠졌습니다. 맨 먼저 해야 했지만 이제라도 합니다. ‘회원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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