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녹번동 다세대 신축공사중 인근주택 균열사고

인접주택 기초 워낙 안좋아
장비진동 및 돌관작업에 따른 인접지반 교란·손상 추정

 

공동주택(다세대) 신축공사를 하던 현장주변의 주택 8채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해 인근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12월 26일 새벽 4시쯤 서울시 은평구 녹번로6가길7 다세대 주택 신축공사장에서 가시설 변위 및 인근 주택에 균열이 발생한 것. ‘은평구 녹번로6가길7 다세대주택 신축공사장’은 건축주 (주)다인이 2015년 12월 15일 건축허가 및 착공 접수를 하고 12월 22일 처리가 돼 건축중이던 2개동 22세대의 도시형 생활주택(지하1층~지하5층, 연면적 1,717.4㎡) 공사장이다.
은평구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가 난 26일 이틀전 12월 24일부터 인근주택에 균열이 발생한다는 민원이 접수됐고, 12월 25일 저녁 경부터 균열이 급격히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붕괴위험건축물 8개동 및 2차로 추가피해가 우려되는 주택 5개동에 거주하는 주민 총 132명에 대해서는 대피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녹번로6가길7 인근 8개동은 26일 재난위험시설로 지정 및 고시됐다. 인접 주택 8개동에 현장점검를 실시한 결과 3개동이 붕괴우려로 철거요청되는 E등급, 나머지 6개동은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 사용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D등급으로 판명됐다.
은평구는 사고원인이 공사장 현장점검을 실시한 결과 굴토공사로 인한 가시설 변위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현장에 대한 우선적인 응급조치를 완료하고 추후 관련 전문가와 합동으로 정밀안전진단 및 주변 건축물 변위 관측을 위한 정밀계측도 실시할 계획이다.
사고가 난 녹번로6가길 다가구주택 일대는 바로 위쪽에 야산이 위치해 있고, 가파른 경사에 주택들이 밀집돼 있다. 균열이 난 낡은 주택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평구는 피해건물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피해주택에 대한 보상마련, 주택철거 등 후속대책과 함께 타 건축공사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여 안전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장을 방문한 한 건축사는 “녹번동사고는 언론에서 말하는 지하누수로 인한 편토압 발생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주택 다세대 신축공사시 적용하는 CIP 흙막이 벽과 Strut 지보공 시공을 했음에도 인접건물에 손상이 가해진 점을 비춰볼 때 흙막이 근접시공시 장비진동 혹은 토공사 돌관작업으로 인접 지반과 건축물이 교란, 손상되지 않았나 추정된다”며 “정상적인 공법을 적용했음에도 인접주택 기초가 워낙 안좋아 누구도 안전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평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시공사는 면허대여 업체로 밝혀져 12월 31일 고발조치했다”며 “추가피해가 없도록 긴급복구에 집중하고, 위반여부 및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조사중이다”고 밝혔다.
은평구 소재 건축사사무소 한 건축사는 “사고현장 안정화 작업으로 되메우기 작업이 됐는데, 사실 절개지 부분 CIP한 곳은 멀쩡한 데 흙을 되메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절개지 부분이 워낙 육안으로 보기에 불안해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녹번동 붕괴위험 ‘예고된 사고’
12월 22일 착공처리전 선공사
은평구 선시공 알고도 모른척
허가권자 ‘공공의 역할’ 부재
현 제도 감리자 공사중지
요청해도 “아무도 말 안들어”
건축주는 ‘감리자 교체’로 대응

연말 1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신축공사장 인근 주택 붕괴위험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26일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 사고는 안전불감증, 규정무시, 늑장대응 등 과거사고가 발생되는데 작용을 하는 총체적 징후들이 또 다시 빚어낸 결과다.
먼저 12월 15일 착공신고 접수를 하고 처리가 12월 22일 됐지만, 이미 사고일 26일 전 흙막이 공사가 완료돼 있었다. 12월 15일 공사를 시작해 착공필증 처리 전 선시공됐지만, 허가권자로서 제재를 해야 할 은평구청의 역할은 없었다.
감리계약은 12월 15일 이뤄졌다. 감리자에 의해 건축안전 위험에 따른 현장 공사중단이 이뤄져야 했지만, 계약주체인 건축주를 감리자가 고발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설계와 감리는 동일한 건축사사무소에서 수행한 것으로 파악 됐다.

◆ 인근주민 12월초 “건물균열 생긴다” 은평구청에 민원제기, 26일 새벽 “가스 샌다” 신고에 부랴부랴 대피명령

은평구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민들이 12월 초부터 ‘건물 벽에 균열이 생겼다’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원 이후로 구청 담당자는 현장을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12월 24일에도 균열이 발생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연휴가 지난 뒤 28일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던 중 26일 사고 당일 새벽 “가스가 샌다”는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서야 부랴부랴 대피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허가권자로서 은평구의 건축에 대한 공공의 역할 부재, 행정처의 안전불감증, 규정무시가 사전에 차단이 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표된 사고추정 원인은 “지하누수, 부실지지대”로 밝혀졌는데, 사실 흙막이 공사의 가시설은 영구적인 구조물과는 인식의 차이가 있어 가시설이기 때문에 보통 발주처에서 예산투입이 과다 하다고 항상 느껴지는 공종이다. 이에 대해 한 건축사는 “해당 현장은 지하 1층, 지상 5층의 연면적 1,717㎡규모임에도 총공사금액이 15억인 낮은 공사금액으로 시공되는 저가공사 현장이다”며, “굉장히 낮은 저비용 공사로 보통 흙막이 가시설에는 굴착 및 해체공사가 완료돼 사고 없이 지하층 골조작업이 끝나면 헛돈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커 지지대를 부족하게 설치한 것이 아닌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 설계 및 감리비는 총 3,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종합해보면 이번 사고는 전형적인 저가수주 관행, 부실감독, 관계기관의 안전불감증 및 늑장대응에 따른 결과물이다.

◆ 은평구청 늑장대응, 결국 큰 피해 일으켜

이번 사고에 대해 또 다른 건축사는 “사실 감리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싶어도 건축주와 직접 계약해 돈을 받는 입장인데 현장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공사중지 조치를 해본들 아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결국 돌아오게 되는 건 감리자 교체일 뿐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감리자가 건축주와 직접 계약을 하고 대가를 받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므로 허가권자가 공사감리자를 직접 지정하고 감리계약을 수행하도록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