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정훈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고,

우리에 대한 다른 사람의 태도도 바꿀 수 없고,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일도 바꿀 수 없다.

다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자신뿐이다.

 

2015년은 대한건축사협회 50주년의 해이다. 우리협회는 지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여 왔다. 앞으로의 50년 발전의 전통을 계승함이 우리에게 주어진 명제일 것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건축계의 내적, 외적환경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4년 대한민국 건축계는 사고와 사건으로 얼룩진 어수선한 한 해였다. 항상 그랬듯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그 사고와 사건들도 마무리 되어가고 한편으로는 잊혀져간다. 그리고 2014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경고도 서서히 잊혀 져 가고 있다. 염려스러운 점은 변화되지 않으면 사건과 사고는 또다시 반복된다는 사 실이며, 이는 지나온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한번 돌아보자. 대내 적으로는 건축의 미래에 대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회원이 늘어나고, 우리끼리의 갈등과 불신도 점점 커져가는 있다. 근원적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건축사도 하나 둘씩 늘어 가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협회에 대하여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비판의 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끊임없이 우리의 업역을 탐하고 침해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공공의 가치라는 명분으로, 입법이라는 수단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그리고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그들에게 우리의 영역을 내어 주고 있다.

자, 그렇다면 새로운 50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새롭다는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로 이전에는 있었던 적이 없다는 뜻이다. 즉 새로운 협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워지기 위해 무엇을 하여야하는가?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한다.

첫째, 공성(攻城 )의 어리석음을 깨닫자.

춘추전국시대의 손자는 전쟁을 4단계로 분류하였다. 최고의 단계는 벌모(伐募)로 강력한 카리스마와 명분으로 적으로 하여금 싸울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이 벌교(伐交)로 지략과 외교를 통하여 적을 고립시켜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그보다 낮은 단계인 벌병(伐兵)은 적과 대면하여 싸우는 것으로 적지 않은 희생을 감수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단계는 공성(攻城)이다. 즉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수비하는 병력의 10배로도 함락하기 어려운 것이 공성이며, 승리를 결코 장담 할 수 없는 무모한 전쟁인 것이다. 이를 우리의 현실에 대입 해보면 새로운 '업역확대'라는 적의 성을 공격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본질인 '건축설계' 라는 성을 굳건히 방비하여 배타적 영역으로 정당화함이 보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것이다. 든든히 성곽을 쌓아 우리의 업역침해를 대처하고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제대로된 설계업무대가도 쟁취하여야 한다. 방성(防城)의 전략으로 정당히 대접받고 벌모(伐謨)의 전략으로 새로운 업역확대를 이루어내어야 할 것이다.

둘째, 선비정신을 회복하자.

우리 건축사는 단지 건물을 설계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역사적, 사회적 의식을 지니고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하는 공인이자 선비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일부에서는 스스로 건축주와 건축업자의 해결사나 하수인을 자처하고, 원칙과 정도는 무능력하고 편법과 요령은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건축은 없고 오직 사업성만이 존재하는 왜곡과 모순이 상식이 되어가는 현실, 이것이 지금 우리 건축계의 한 모습이다. 못된 일을 할수록 높은 자리에 오르고, 나쁜 일을 할수록 더 많은 것을 얻는 세상에서 선비타령을 하는 일 자체가 무의미하며, 그러기에 지금의 현실은 예의를 차리고 염치를 아는 선비라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지 모르는 세상이 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선비다운 건축사, 건축사다운 건축사가 나오지 않고는 올바른 건축계도 좋은 세상도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우리 스스로 건축사란 무엇인지, 국가가 우리에게 부여한 의무와 소명은 무엇인지 이제 그 본질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셋째, 통합과 공론을 이루자.

공론을 위한 이견과 갈등은 발전과 성숙의 계기가 된다. 그러나 생각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틀리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비난하고 경계한다면 갈등을 고착화하고 분열의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지금 우리 건축계는 여러 모습으로 나뉘어져있다. 그러나 바라보는 이상과 지향하는 목표는 조금씩 다를지는 모르지만 그 중심에는 건축이라는 대명제가 존재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건축이라는 큰 틀에서 하나인 것이다. 우리끼리의 갈등과 불신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다면 외부의 도전에 적절히 대응 하지 못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우리 모두 가 공감하는 정당한 가치를 제시하고 실천하며, 화합하고 공존하여야 할 것이다. 2017년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가 머지않았다. 성공적 개최는 하나가 되는 첫걸음이 될 것 이라 확신한다. 대한민국이 지켜보고,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화합, 타협 그리고 공론으로 마음으로나마 우선 건축계의 통합을 이루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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