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도서관 초청으로 2014년 12월 9일부터 12월 28일일까지 '북한산과 한양도성전' 을 개최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 포스터에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교간(校刊)한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의 제1첩에 있는 경조오부(京兆五部)도를 중심으로 그 상부에 북한산 그림들을 배치하고 아래쪽에는 한양도성을 그린 그림들을 배치하였다. 대동여지도는 1861년(철종12년, 신유년) 22첩으로 된 지도첩 목판본(木版本)으로 발행되었고 여기에 도성도와 경조오부도가 포함되어 있다. 한양의 입지적 관점을 드러낸 측면에서 중요시 되는 경조오부도는 한양의 지형지세와 구조를 보여주고 있으며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이 북한산의 지형지세에 입각해 형성되어 있음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 주제를 함축한 포스터에 그처럼 그림들을 배치한 것은 경조오부도에 담긴 선조들의 입지에 관한 시각을 펼쳐 보이고자 한 의미를 담고 있다. 풍수지리사상에 따른 명당으로 지목되어 조선의 도읍지가 된 후 세계적 도시로 발돋음한 서울은 특히 백두대간의 정기가 한북정맥을 타고 흘러와 서울에 명당의 기운을 불어넣는 북한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양도성은 그러한 북한산 지형지세의 바탕 위에서 자연 지형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맵시를 자아내고 있다.

특별히 이번에 주목한 것은 북한산과 한양도성을 전체 속에서 하나로 보고자 한 것이다. 한양도성은 지형적 입지 조건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있고 북한산은 바로 그 입지의 가장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으며 한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북한산과 한양도성을 현장에서 세세히 그린 그림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필자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조화로운 삶을 지향했던 옛 조상들이 삶의 터전으로서, 그리고 풍수지리설에 의한 산수의 조화를 이룬 터전으로서의 본연의 감각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그로써 빽빽이 빌딩이 들어차고 자동차가 다니는 차로의 기계적인 구획으로 변한 현대 서울에서 망각해가는 서울의 본래 입지적 성격과 그 조형적 빼어남을 서울 시민들로 하여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게 하고자 했다.

필자는 그처럼 불가분의 관계로 이루어진 북한산과 한양도성의 전모를 드러내 보이기 위해서 북한산과 한양도성의 몇 가지 특징적인 인상이나 장면이 아닌 전체 모습을 마치 평소 건축가로서 건물을 짓기 위해 건물 전체의 설계 도면을 그리 듯이 그릴 목차를 정해가며 전체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했다. 그리고 북한산과 한양도성의 면모를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멀리서 바라보이는 원경으로부터 전경, 능선, 봉우리, 계곡, 성문과 성곽, 궁궐, 도성, 전통가옥 등 거의 모든 모습을 오랜 세월동안 현장 스케치를 통해 생생한 필치로 화폭에 담았다.

문화재청과 서울시를 비롯한 관련 기관에서 한양도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일반 시민들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북한산과 한양도성의 의미를 재인식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4년 12월 일매헌에서 김석환)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