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개장 이후, DDP에 대한 언론의 관심 및 그 변화는 무쌍하다. 각계의 발표는 다르나, 언론에서 5,000억원이라 하는 것이 부풀려진 것은 사실이다. 투입된 공사비는 3,800억원 이하이며, 문화재 발굴 등 부대비용이 합쳐져 총 4,800억원 정도이다. 전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한 “디자인 서울”은 미국 TIMES에도 광고로 등장했으며, 서울디자인재단 또한 그의 집권 당시 만들어졌다. 건축계에 있어 디자인계의 발전이 나쁜 소식은 아니며, 동반상승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개장 이후 두어 달이 흐른 지금, 언론의 의견 또한 다양하며 마치 ‘에펠탑 효과’처럼 현재 DDP가 없어진다면 그 또한 이상한 상황이 될 것이다.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는 그림과 조형에 강하고, 패트릭 슈마허는 그것을 시공 가능한 상태로 도면화하는 작업을 하며, 또한 이론가로서 ‘건축을 통한 소통’이란 주제에 대해 집필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적 상상력을 실제 건물로 구현하는 파라메트릭 설계기법을 이용해 발전시키고 있다. 자하 하디드의 안이 2등을 한 조성룡 건축사의 안과 건축물 배치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점은 조성룡은 대지의 북쪽에 동대문운동장의 스탠드를 조금 남겨 놓아서 이곳에 자생적인 디자인 연구의 장을 만들겠다는 프로그램까지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의 할 일까지 디자인한 것이다. 그러나 심사위원측에서는 건물 자체의 상징성과 기술적인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등을 자하 하디드에게 주었다. 설계경기 심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등안으로 선정된 조성룡 씨의 작품은 도시, 조경 등 전체의 계획에 사려 깊은 접근을 보여주기는 하였으나, 심사위원회의 대다수는 1등 당선안의 건축이 디자인·패션센터로서 보다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고 한다. 더불어 1등안이 계획수정을 거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지길 건축주인 서울시에 기대하였다.

현재 DDP에 대한 원론적인 비판은 서울의 역사성을 고려하지 못했고, 동대문운동장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가타부타 논하기 쉽지는 않다. 역사는 계속 흘러가며, 일상적 기대와 기억을 만들기 때문이다. 박제된 성곽과 도감의 기초가 얼마만큼 역사를 기록할 수 있을까?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모습 때문에도 역사적 재현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과연 예전 모습을 그대로 지키는 것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만큼 호랑이 담배피던 시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문제는 살아 있는 역사의 기록과 형성이다. 메타기획컨설팅의 최도인 본부장은 “건축 문화적 측면에서 역사적 장소는 파괴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지만 과연 동대문의 DNA는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 포목이 거래되던 장터에서 패션타운으로, 지금은 창의성이 거래되는 마켓으로 동대문의 DNA는 진화할 것인가.” 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환경과 조경, 5월호) 동대문과 성곽이 위치하며 장터와 도감이 형성되었고, 그로 인한 역사의 연속성이 지금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동대문과 성곽은 역사의 선후관계를 알려주는 좋은 장치다. 동대문운동장보다 가치 있는 우리 선조들의 작업이기도 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성곽과 도감들의 기초는 역사적 DNA의 촉매는 되지만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액세서리일 수도 있다.

현재 “살아 있는” 동대문 지역의 DNA는 뭘까? 천과 직물에 관련된 상품들의 시장과 사람들 간의 교환이다. 한밤에 가서 옷과 패션아이템 등을 살 수 있는 곳, 중국 관광객들의 야간관공코스로 각광받는 곳, 동대문운동장은 없지만 스포츠용품 도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런 볼거리가 큰 역사적 의미 없이 진행될 것이라면, DDP는 다른 방식으로 동대문의 DNA를 이끌어 갈 주체다. 그 주체는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기대지 않으며,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문화콘텐츠를 이끌어 갈 싱크탱크다. 이런 면에서는 조성룡의 안이 운영까지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움의 DNA를 위한 장소를 형성하려 했던 것이다. 자하 하디드팀과 삼우설계팀은 그것을 위해 잘 입혀진 집을 디자인한 것이다. 건축사의 직업적 책임은 충분히 수행했지만, 건축의 “역사의 기록과 창출”이라는 책임은 버거웠다. 하디드는 특강에서 자신의 건축의 공공성은 실내에서도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동대문의 기운은 DDP 실내에서만 이룰 수 없다. 동대문의 DNA는 유기적이기 때문에 DDP 하나가 크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존의 자잘한 동대문의 생산과 유통의 힘이 있는 곳에서, 전혀 새로운 책임인 디자인의 부흥이 생성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 기대는 낮선 DDP라는 괴물의 힘을 믿고 싶은 것이다. 이 괴물은 그냥 놔두지 말고 닳아 문드러질 때까지 이용해야 한다. 그 넓디넓고 거리와 단절시키는 선큰 개구부, 조경, 보행로 등이 어떤 역사를 창출할 수 있을까? 감각 있는 디자이너가 이곳을 보고 영감을 얻을 수 있을까? 광활한 실내와 실외공간은 엑스포 전시장처럼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의 관람을 위한다기보다는, 단지 몇 명이 이용하더라도 디자인에 관련된 창조적인 작업이 일어나게끔 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DDP는 닫힌 부대에 가두기보다는 넓은 공간에 “도시의 게릴라”와 같은 “창조부대”에 의해 점령되어야 한다. 기생이든 공생이든 돌파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비정형적인 DDP와 현재의 황량함은 예전의 동대문과 성곽의 위치에서처럼 다양한 창조작업이 일어나는 난장의 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 안에도 터라고 이름 지은 곳들이 빛을 발할 것이다.

괴물을 이끄는 요정들의 탄생이 기대된다. 그 요정들은 보다 자유로우며 말랑말랑하게 황량함을 보살펴 주어야 한다. 마치 상어 옆에 달라붙은 레모라처럼, 악어 입을 청소해주는 악어새처럼, DDP 요정들이 생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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