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재질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설사 금강송과 러시아 소나무가
품종적으로 다르지 않다 해도,
신 대목장이 정부가 납품한
토종 금강송 대신 다른 소나무를
임의로 돌려 썼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남대문 복원 때 금강송 대신 러시아 소나무를 썼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까지 벌이고 있지만, 정작 금강송에 대한 인식은 매우 혼란스럽다. 이번은 물론, 과거 광화문 현판 논란 때도 금강송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주장은 대개 금강송에 우수한 질적 특성이 있다는 걸 전제로 제기됐다. 그게 마치 금강송의 품종적 특성인 것처럼 오해됐던 것이다. 이번 수사 초기에 세포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손쉽게 금강송 여부를 가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나왔던 것도 그런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금강송이 유전적 특성을 갖는 소나무 품종의 하나라는 인식은 옳지 않다. 물론 금강송은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신서 제59호 소나무 수종 분류에도 ‘금강소나무(Pinus densiflora for erecta)’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올라 있다. 명명자는 1928년 일본인 학자인 우에키 호미키(1848~1977)다. 하지만 우에키의 분류는 생물학적 품종 분류가 아니라, 분포 지역에 따른 외형적 특성에 초점을 둔 것일 뿐이다.

당시 우에키는 한반도에 분포하는 소나무를 줄기의 곧고 굽은 정도에 따라 지역별로 동북형, 금강형, 중부남부평지형, 중부남부고지형, 위봉형, 안강형 등 6종류로 나눴다. 그 중 금강형은 백두대간 태백산맥 지역, 특히 금강산에서부터 강원도 양양, 강릉, 동해, 삼척과 경북지역인 울진, 봉화, 영양 등지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가리킨다. 줄기가 튼실하고 곧게 자라며 키가 다른 지역 소나무에 비해 큰 게 특징이다. 목재로서도 100년 이상 자란 성숙목의 경우 건조 시 뒤틀림이나 갈라짐이 적다고 돼있다.
하지만 우에키는 금강송의 외형이나 재질 특성이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기후나 지형, 토양 같은 지황(地況)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금강송이 별종이라는 인식은 어찌 보면 환상인 셈인 것이다.

2011년 광화문 현판이 갈라졌을 때 금강송에 대한 대중적 환상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우에키의 분류에 나오는 금강형은 단순히 금강산에서 따온 지역명에 불과한 데에도 ‘금강’이라는 명칭에서 연상되는 특성을 금강송에 마구 갖다 붙이기도 했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거나, ‘금강석처럼 야무진 재질’이라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찬사들이 그것이다.
이번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신응수 대목장도 금강송에 대한 환상을 일축하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광화문 현판이 갈라지는 사건이 벌어지자 MBC TV 인터뷰에 나와서다. 신 대목장은 금강송의 재질 특성을 해명하는 맥락에서 “금강송이라는, 이런 있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것은 얘기가 안 된다”며 짜증을 냈다. 현장에서 목재일을 하는 그로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금강송에 대한 오도된 환상에서 비롯된 완전무결성에 대한 기대 자체가 성가시고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금강송 재질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설사 금강송과 러시아 소나무가 품종적으로 다르지 않다 해도, 신 대목장이 정부가 납품한 토종 금강송 대신 다른 소나무를 임의로 돌려  썼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2008년 삼척서 뻑적지근하게 고사까지 지내며 벌채 했던 금강송은 재목 하나하나에 남대문 복원의 성공을 바라는 온 국민의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 대목장뿐 아니라, 국내 전통 건축계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어처구니없는 바꿔치기만은 없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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