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이 제정이후 후속조치로 정부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는 ‘건축 설계 산업 육성방안’에 건축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주축으로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새건축사협의회 등 범 건축계 인사들로 구성된 9개의 TF팀들이 발주제도의 개선, 기획업무의 분리, 표준계약 체계의 정립, 건축사제도의 개선, 건축정보시스템의 구축, 건축설계 기술력의 강화, 신진건축사의 육성, 건축사의 해외진출 지원,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의 하위 법령 등의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치열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 건축사 입장에서 주시해야 할 또 다른 이슈가 있다. 지난 8월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에서 연구과제로 발주된 국토교통기술 연구개발 사업이다. 과제 별 제안서 평가를 통해 과제수행기관을 선정하는 이 사업에는 도시건축 연구 사업으로 ▲건축물 설계품질 혁신을 위한 개방형 BIM 기술 환경 구축, ▲개방형 BIM 기반의 건축물 설계표준 및 인프라 구축, ▲차세대 설계환경대응 건축설계도구 개발 등 일반과제 3가지가 포함되었다. 특히 두 번째 ‘개방형 BIM 기반의 건축물 설계표준 및 인프라 구축’ 과제는 BIM 적용을 위한 제도․정책 연구가 포함되어 있어 향후 국내 건축설계에 있어 BIM적용에 대한 체계적인 큰 그림이 그려지게 되므로 건축사들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이슈로 평가된다.

사실 지금까지 발표된 BIM관련 연구 결과들은 지나치게 ‘Product(설계결과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Process(설계과정)’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는데 이는 연구진 구성이 ▲현업과 관련된 실무인사, 즉 건축사보다는 이론에 충실한 학계인사(교수 등)로 대부분 구성되었다는 점과 ▲그나마 연구진에 포함된 실무인사로 설계시장의 대다수인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운영자(건축사)가 아닌 대형건축사사무소 또는 BIM 용역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업체 관계자들 소수가 연구원 혹은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고 연구원의 대부분이 건설(시공, CM 등) 관련 교수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는 점과 유관한 결과다.

또한 건축설계에 있어서 BIM은 목적이 아닌 건축설계의 방법론(Tool)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진행 방향에서 보면 BIM이 목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시장상황에 맞는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부분의 부족함을 채우고 보다 중립적이고, 보다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입장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단체가 대한건축사협회다. 또한 이번 연구과제에 있어 가장 비중 있는 성과물의 수요자는 정부, 인허가 기관, 발주처, 설계 실무계이며 연구진행과정에서 최종 수요처의 요구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추진체계 구성이 필요하고 특히 두 번째 연구과제는 학계의 연구를 위한 기술개발이 아닌 연구 성과물을 국토부 세움터에 적용하는 성과중심의 연구 개발이므로 건축사와 설계업계를 대표하는 대한건축사협회의 주도적인 역할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연구과제 수행에 있어 대한건축사협회의 적정 부분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단체들 주도 하에 연구가 진행된다면 향후 정부 측의 BIM 관련 정책방향 수립과 그 추진에 있어 대다수의 중소규모의 건축사사무소, 설계업체들의 공식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대한건축사협회는 (사)빌딩스마트협회와 함께 연구과제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BIM 관련 연구 및 논의과정에서 가장 많은 수요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법정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던 대한건축사협회가 본격적으로 BIM 논의의 중심부로 뛰어들었다. 대한건축사협회로선 새롭고 의미 있는 도전이다. 연구기관으로 최종 결정되진 않았지만 대한건축사협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많은 건축사 회원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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