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서울국제건축영화제 집행위원을 하다 집행위원장을 맡게 됐다. 영화도 잘 모르고 영화제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기에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우선 왜 이 영화제를 해야 될는지도 몰랐다. 과연 이 영화제가 대한건축사협회의 건축사들에 대한 대외적인 홍보 외에 어떠한 의미와 의도에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까? 과연 건축영화제 그리고 더욱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어떤 한 존재이어야 하는가?

먼저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 명분을 찾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2년 동안 스폰서를 그리 뛰어 다니면서도 명분 없는 자체행사에 돈 좀 보태달라고 적선 받는 느낌으로는 도저히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국제건축영화제가 어떠한 존재이며 왜 이 시대에 이곳에서 열리며 어떤 존재로 사회에서 커가야 되는지’에 대한 답변을 찾기 시작했고 아직도 찾고 있지만 오늘은 미완성의 그 명분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건축은 오랫동안 건축인들의 영역이었고 아직도 그들만의 리그 안에서 평가되고 움직인다. 특히 언제인가부터는 우리는 타 분야와의 공유를 뒤로했고 거대해진 자본을 굴리는 역할을 하다 지금은 그 수단으로만 치부되어 버렸다. 사회 각계의 소리에 귀를 닫고 개개인의 부귀나 위치만을 위해오다 보니 잃어버린 것이 많아져 건축의 본질을 잊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아니 이제 그 본질은 뭔지도 기억하기도 힘들다.

삶의 문화를 담아야 되는 건축이 그 알맹이인 사람이란 인자는 제외시키고 파는 그릇만 치중한다. 삶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경제적 논리만 따르고, 왜곡된 작가 정신만을 추구하는 오류에 빠져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국민에게 감당하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건축은 개인적인 자산이지만 공공성을 띄고 있어야만 공존의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건축은 단기의 수단이 아니라 삶의 의식을 좌우하는 미래 구축의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인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과 형태뿐 아니라 그 구성을 위한 정신을 먼저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은 공간을 만들고 힘의 흐름을 바꾸고 정서를 이끌며 시대의 정신을 반영하여 사회의 균형을 맞춰가는 삶의 인프라인 것이다.

이렇게 건축은 여러 가치를 반영해야하며 일방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다자의 각 시각들의 경계에 서야만 한다. 우리가 건축에 대한 가치관을 스스로 새로이 정립하지 않으면 더욱 이 사회를 미궁으로 이끌어 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는 반성하고 자각하는, 남들과 교류하고 남들의 시각에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건축영화제의 명분이 시작된다고 본다.

필름이라는 대중적인 매체와 소재를 전달하기 좋은 영화의 코드는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단이며, 영화제 필름이 가지는 실험정신과 기록하고 해석하는 태도 또한 우리가 필요한 필터 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영화계가 우리 건축계보다 이 영화제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건축이란 단편적인 주제의 영화제가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아니면 심층적이고 필름과 소재들을 들고 나와 신선하게 한국 필름계에도 한수 가르쳐 줄지. 그들도 관심 있게 바라보며 새 필름의 장을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 영화제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될까?

제5회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아직까진 미완인 그 명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려한다.

- 공존의 미학과 지혜를 나누는 국내 유일의 건축영화제 :

다자의 가치를 존중하는 공존의 미학을 추구하고

그 소통을 통해 얻은 지혜를 공유하며

건축문화의 반성과 재생성에 기초할 담론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즐거움과 배움의 건축영화제 :

영화 관람의 즐거움과 지식·지혜를 얻는, 즐거움과 배움의 역할

-새로운 문화가치, 문화상품의 창출 :

건축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며,

두 문화의 코드 하나가 되는 순간의 즐거운 순간 새로운 문화 가치가 창출된다.

아직은 시기상조일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건축영화제를 주체하는 입장에서 꼭 해야 될 사명이 있다. 영화인은 아니지만 영화라는 코드로 건축의 정신을 다시 찾아줄 국내필름을 발굴하여 토종가치관이 만들어낸 건축필름을 지원하고 세계와 교류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건축문화를 해외로도 알리며 더 나아가 건축과 영화가 만나 탄생시키는 새 생명과도 같은 존재가 될 거이며 그 성장 속에 또 다른 새로운 문화가치의 창출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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