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건축사사무소에서 직원들마다 업무상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단축키가 다르다. 복사(copy)를 하고 싶은데 원(circle)이 그려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없던 명령어를 리습(LISP, List Processing)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더 많은 다양성을 가진다. 다른 회사의 도면을 출력하는 경우 해당사의 출력 스타일 파일(CTB, Color-dependent Plot Style Table)을 함께 받아야 제대로 출력할 수 있으며, 자재업체의 상세도면을 수신해 도면을 정리하다보면 레이어가 수십 개, 수백 개가 되어버리곤 한다.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자 대형 사무소에서는 CAD프로그램 도입 초기에 해외의 작성 표준에 대해 연구하고 기준을 만들었다. 여러 공단이나 공사에서도 도면작성 기준을 만들어 저마다의 통일성을 가지려 하고 있고, 타 협회에서는 대형 사무소 몇 곳이 모여 도면 작성 표준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대한건축사협회의 게시판을 찾아보면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한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이 올려져 있기는 하지만, 어떤 도면을 그려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고, 어떻게 그려야 한다고 설명된 것은 아니다.

지금껏 다른 도면을 참조할 때마다 레이어를 정리하고 도면의 스타일을 맞추기 위해 사용한 시간과 노력은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표준화된 체계가 있었다면 불필요한 일들이었을 것인가. 도면작성 표준이 만들어졌을 때의 장점과 필요성을 생각해보면, 협업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면을 작성해 전달하고 출력하는 과정에서 오류들이 줄어들 것이며, 여기에 더해 기본적인 표준상세도가 공유되게 되면 도면의 전반적인 품질이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다양성이 만들어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건축물이 다양한 용도와 형태를 가졌듯이 이를 표현하는 도면 또한 획일적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더 얇고 가느다란 선이 좋아보였을 것이고, 어떤 회사의 프린터는 동일한 파일을 진하게 출력해내기 때문에 출력 스타일을 달리 설정해야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면선, 단면선에 좀 더 다양한 레이어를 배정한다거나, 출력 스타일 파일을 두세 가지 타입으로 표준화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주관하여 도면작성 표준과 리습, 출력스타일을 만들고, 표준상세를 정하거나 상세도면을 데이터뱅크처럼 운영할 수 있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표준화된 방식을 건축학과의 학생들도 공유하여 사용하며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건축사의 재료지정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BIM의 표준화가 선 진행될 경우 BIM이 국내에 정착되는 것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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