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근 건축사(사진=김홍근 건축사)
김홍근 건축사(사진=김홍근 건축사)

덴마크 건축사 CEBRA의 최근작인 Smart School 공모 당선안을 두고, 국내 건축사들의 부러움 반 푸념 반인 글들을 본 적이 있다. Smart School Meadow 라고 불리는 그들의 당선안은 건축과 조경을 학습 환경과 지역커뮤니티센터에 결합하는 새로운 유형의 학교 제안으로 공모의 주제와 요구를 충족시키는 안이었다. 무엇보다도 학교의 다양한 공간이 특정 활동이나 주제에도 적합하지만 하나의 단일용도로 제한되지 않는 ‘반응형 공간’이라는 개념이 경직된 우리 공모지침과 비교해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디자인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겠지만, 지자체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교건축의 공모 프로세스와 시공되고 있는 일선 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언감생심 부러운 마음만 가득하다.

Green Smart 빌딩은 친환경성과 스마트 기술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모색하는 공공건축의 대표적인 화두로 특히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 학교에 이를 적용할 때엔 더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다. 획일화된 복도 중심의 기존학교 건물은 스마트한 수요 공간의 자유로운 활용을 어렵게 하고, 또 갑자기 큰 공간으로 변형하기엔 구조적 모순이 너무 커,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구조로 바꾸기 위해선 신축에 못지않은 예산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공사비 예산은 2-3년 전 기획단계의 금액으로, 발주단계의 물가상승률이 전혀 고려되지 않아 일반적인 공사비에도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당선을 목표로 했던 개념적 디자인은 공사비 부족으로 디자인 콘셉트는커녕 ‘소방’에, ‘내진’에, ‘에너지’에, ‘BF’에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기본 법규조차 챙기기 어렵다.

겨우 공사비의 증액을 받았다 해도 설계비는 공모지침을 볼모로 증액이 불가하고, 건축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온갖 보고와 심의에 휘둘리다 보면 밋밋해질 대로 밋밋해진 설계를 확인하게 되고, ‘내가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로 이젠 잠조차 제대로 들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해도, 최초의 의도를 지켜내고 품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현장공정의 디자인 단계로의 피드백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설계, 감리분리의 왜곡된 제도 속이라 하더라도 디자인의 품질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결국 설계자가 일관된 디자인 의도를 유지하고 전 공정의 총체적 리더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지휘와 의도구현을 위한 수정(revision)을 피하지 않아야 한다.

건축의 전 생산과정에 대한 설계자의 관여는 건축의 지향점인 본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내용이 이러함에도 쥐꼬리보다 못한 용역계약에 본질은 어디 가고, 실비가산증액방식이니, 수의계약의 한도니 하는 억지에 건축은 자꾸 허공을 맴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