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림 건축사(사진=김을림 건축사)
김을림 건축사(사진=김을림 건축사)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지자체의 돌봄센터 리모델링 설계를 수행했다. 대학원에서 실내건축설계를 전공했고, 두 아이의 엄마인 탓에 별 어려움 없이 업무를 수행하리라 자신하였다. 하지만 아동 공간 계획은 생각했던 것처럼 만만치가 않았다. 계획뿐 아니라 시공, 준공 검사 등 리모델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에 봉착했다. 첫째는 사용자에 관한 부분이다. 어린이 공간은 대상 연령이 다양하다.

실제로 대략 0~13세 정도이니 숫자로만 보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는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연령에 따라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각자의 특성에 맞춘 공간을 계획하다 보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처음 맡은 돌봄센터는 최초에는 3세 이상 영유아가 대상이었지만 갑자기 0세 이상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다 보니 계획이 변경되고 기저귀 교환대 같은 없었던 공간들이 생기기도 하였다. 

두 번째 어려움은 안전이라는 문제다. 건축물은 주로 공사 과정에서 가장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만 아동의 공간은 거주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사고가 더 빈번하다. 무조건 안전한 공간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모든 마감재는 쿠션과 미끄럼 방지 재질이 되어야 한다. 보호자의 통제, 공간의 안전이라는 개념에 대한 상호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보호자마다 관점이 다르다(어떤 보호자들은 계단형 좌석도 위험하다고 없애자고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보호자를 어디까지 설득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는 공간 계획과 관련된 부분이다. 준공을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이 확연히 구분된다. 계획 때 기대했던 부분들은 버려진 공간이 되기도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통행로나 창고 공간 등에 아이들이 모여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어린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이가 느끼고 행동하는 것들을 나는 예측하고 상상하는 수밖에 없다. 유아동 공간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2024년 현재는 바야흐로 초저출산 시대이다. 수많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단지 공간이 없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간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주변에 있던 대규모의 어린이집은 체험학습공간으로 업종을 변경하였다.

지금은 이전보다 훨씬 활성화된 공간이 되었다. 어린이의 인구는 줄어들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부모와 아이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공간을 만드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통해 새로운 어린이 공간을 창조해 나가야겠다는 자그마한 포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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