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교수(명지대학교 건축학부), 사진=김영민 교수
김영민 교수(명지대학교 건축학부), 사진=김영민 교수

2016년 경주와 2017년 포항지진은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에 따라 건축물의 내진설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간 해외에서의 대규모 지진사례 및 피해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아 대부분의 국민들은 암묵적으로 지진의 안전지대에 살고 있다는 안도와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축구조를 전공한 필자도 지진에 대해서 공부도 하고 학교에서는 내진설계도 강의하고 있지만 직접 큰 지진을 겪어보지는 못하였다. 그간 규모 3 정도의 지진이 수도권에서 발생하여 서울에서 약간의 진동을 느껴본 적은 여러 번 있었고, 2016년 경주 지진 때는 학교 연구실에서 이상한 진동을 감지하여 기상청 사이트에 접속하였으나 과부하로 잠시 접속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고, 2017년 포항지진 때는 건축학인증 실사를 마치고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건축물이 울렁 하는 진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 포항지진 때 느낀 진동은 지금까지 경험한 지진진동 중 가장 컸으며 불쾌감과 함께 일종의 무력감도 느꼈다. 그간 버스, 지하철, 기차, 비행기 등 운송수단을 타면서 지진보다 훨씬 큰 진동을 많이 경험해 봤지만 예상하고 있던 진동이어서 불편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들지 않았으나, 안정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던 건축물의 울렁거림은 인간의 한계를 느낌과 동시에 심리적인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앙지 근처에서 훨씬 큰 진동과 충격 및 이에 따른 피해를 겪었을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분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인 무력함과 동요를 겪었을지 십분 이해가 되었다.


국내에서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19886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0,000이상 건축물을 대상으로 시작되어, 2017년 초에는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이상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다가 201711월 포항지진 직후인 12월에 건축법 시행령이 다시 개정되어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200이상으로 확대되어 단층의 소규모 건축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건축물이 내진설계 대상에 포함되었다.

건축물 설계 시 내진 구조계획은 초기 설계과정부터 동반되어야 하는 것으로 지진력 저항시스템에 대한 결정은 내부 공간 계획과 외부 입면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결과적으로 건축물의 전체적인 경제성과 성능을 결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구조계획은 건축물 설계 시 구조적 안전성과 사용성 확보를 위해 구조시스템, 구조재료, 주요 구조부재의 배치와 크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적 제한을 비롯하여 건축물의 기능과 미적 요구사항을 만족하면서 설비와 시공까지 고려한 합리적인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내진 구조계획은 여기에 더하여 지진 시 건축물의 거동도 고려하고 관련 안전성도 확보해야 한다.

고정하중 및 활하중과 같은 수직방향 하중과 달리 지진하중 및 풍하중과 같은 수평방향 하중은 그 작용 메커니즘과 건축물의 저항 원리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지진하중은 드물게 발생하므로 그 이해와 적용이 더 어렵다.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풍하중은 건축물의 측면 면적크기에 비례하여 작용하므로 직사각형 형상의 건축물이라면 넓은 쪽 면이 더 큰 풍하중을 받는다. 반면 지진하중은 건축물의 질량과 관계되므로 직사각형 형상의 건축물이더라도 각 방향별 지진하중은 동일하다는 특징이 있다.

건축물의 내진 구조계획 시 핵심은 주요 구조부재에 급격한 취성파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제한된 범위 이내에서 구조부재가 변형하면서 지진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하고 끈질기게 버티는 것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부재를 전후좌우로 균형 있게 배치하고, 각 구조부재도 연성을 키우기 위해 철근콘크리트 부재라면 철근의 정착을 충분히 함은 물론 전단철근을 촘촘히 배근하고 갈고리도 확실히 감아두어야 한다.

지진 시 건축물의 거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방향에서 지진이 오더라도 가급적 건축물이 비틀리지 않고 전체적으로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진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량중심과 강성중심을 이해해야 하며 이는 내진 구조계획의 최우선 단계이다. 지진하중은 관성력이므로 질량중심에 작용한다. 보통은 각 층의 고정하중은 균등하게 분포하므로 각 층 바닥판의 중심이 질량중심이 되며 여기에 지진력이 작용한다. 지진력에 대한 건축물의 대응력은 구조부재 저항력의 중심인 강성중심에 작용한다. 만약 질량중심과 강성중심이 크게 어긋난다면 두 힘 사이의 간격으로 인해 건축물에는 비틀림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강성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기둥이 크게 변형하면서 먼저 파괴되고 이후 인접한 부재로 파괴가 이어진다. 2017년 포항 지진 시에도 필로티 형식의 다세대 건축물에서 이러한 피해가 다수 발생하였다. 주차를 위해 계단실 코어를 건축물의 한쪽 모퉁이로 배치하면서 강성중심이 이곳으로 치우치게 되었고 결국 지진 시 비틀림이 크게 발생하여 코어 반대편에 있던 기둥들이 크게 변형하면서 파괴가 집중된 것이다.

내진 구조계획과 관련하여 건축사가 충분히 이해해야 할 것으로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확인서가 있다. 이것은 해당 건축물의 구조적 DNA가 기록된 곳으로 지진력 저항시스템은 물론 지진 시 건축물이 어떻게 거동하는지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고유치 해석 결과에서 1차 모드에 비틀림이 발생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1차 모드는 지진 시 건축물이 가장 쉽게 진동하는 형상으로 이때 비틀림이 발생한다면 앞서 설명한 이유와 같이 구조부재가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결과적으로 한쪽 모퉁이에 있는 기둥의 파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구조안전 및 내진설계확인서는 건축사와 구조기술사가 함께 도장을 찍어 책임을 지는 것이므로 각 항목과 입력값에 대해서는 건축사도 충분히 이해하여 구조기술사에게 의문점을 확인하고 논의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최근 건축학인증의 학생수행평가기준(SPC)에서 그간 약화되었던 구조분야가 건축사협회의 요구로 다시 강화되었고, 근래의 건축사자격시험 구조계획 과목에서도 내진 구조계획 문제가 지속적으로 출제되고 있어 건축물의 구조안전에 대한 건축사의 능력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결국 충분한 실력과 자격을 갖추었을 때 이에 대한 더 많은 권한과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현업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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