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감각 표지 (사진=시공문화사)
건축과 감각 표지 (사진=시공문화사)

건축과 감각(the eyes of the skin) 
Pallasmaa Juhani 저/ 김훈 역
/ 시공문화사

건축을 ‘눈’으로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책 ‘건축과 감각’은 이러한 ‘시각’에 편중되고 이미지로 소비하는 건축풍토를 비판한다. ‘시각’은 원초적인 감각기관이기도 하지만, 건축을 지적인 논리체계로 구축하는 중요한 매체이다. 저자는 감각기관으로서 시각의 절대적 역할과 그 우위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각’으로만 건축을 설명하거나 평가하는 것을 지적한다. 그리고 대형공간에서 소리울림 현상을 알게된 기억과 빛바랜 황동손잡이를 잡아본 느낌을 소환하며, 건축물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중시한다. 

현상학에 기반한 건축책들은, 근원적인 질문에만 치중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족했던 반면에 이 책은 사례들과 대안을 제시하며 설계업무에 영감을 준다. 결론은 ‘시각’에만 의존하는 건축이 아니라 통합적 감각을 자극하는 건축을 설파한다. 이때 ‘통합적 감각’이라 함은, 감각기관들의 상호작용과 더불어 기억과 상상, 그리고 치유의 기능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그림자’에 대한 설명이 가장 흥미롭다. ‘짙은 그림자는 시각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고, 깊이와 거리를 모호하게 하면서 무의식적이고 주변적인 시야와 촉각적 공상을 불러내기 때문이다.’(68p)라고 설명한다. 마치 불꺼진 현관에서 벽을 더듬거리면서 손끝이 예민해지는 몸-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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