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사진=김남국 연구소장)

과거 한국은 ‘꾸중의 나라’였다. 필자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에게 “아이가 잘못하면 ‘매우’ 때려주세요”라고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직장에서도 무수히 많은 꾸중과 참혹한 질책을 들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서구사회는 ‘칭찬의 나라’라고 부를 만 하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많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 보다 강점을 살리는 게 훨씬 좋다는 ‘강점탐구(appreciative inquiry)’가 주목받은 것도 이런 문화적 배경 때문이다. 

실제 영어 단어에는 칭찬과 관련한 표현이 무수히 많다. Excellent! Fantastic! Great! Wonderful! Phenomenal! Outstanding! Impressive! Superb! Very Good! Awesome! Extraordinary! Top-Notch! Brilliant! Remarkable......

한국의 전통 문화와 서구 문화의 동기부여 수단을 대표하는 꾸중과 칭찬 가운데 어떤 게 더 효과적일까.

연세대 심리학과 김영훈 교수는 경영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기고를 통해 이 문제에 대한 깔끔한 정답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신혼 초 아내가 3시간 넘게 요리해서 내놓은 김치찌개의 맛을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실존적 고민을 했다고 한다. 실제 김치찌개는 평생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맛 자체가 없는 맛이었다는 것. 대답하기까지 3초 동안 뇌를 풀가동했고 결국 엄청 맛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칭찬과 꾸중이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김 교수의 20년 연구로 이어졌다고 한다. 김 교수는 ‘꾸중 vs 칭찬’ 문제의 정답을 찾기 위한 대표적인 실험을 소개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수학 시험을 보게 한 다음, 한 그룹에는 칭찬을 했고 다른 그룹에는 꾸중을 했다. 이후 수학 시험을 한 번 더 치게 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시험을 못 본 사람에게 칭찬을 하면 그 다음 시험에서 성적이 더 낮아졌다. 즉, 서구식 사고 기반의 과장된 칭찬은 동기를 부여하지 못했고 오히려 동기를 떨어뜨린 것이다. 반대로 꾸중을 들은 사람의 성적은 더 좋아졌다.  
 

그렇다고 한국식 꾸중이 무조건 통한 것도 아니다.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꾸중을 들었을 때 두 번째 시험 성적이 더 낮아졌다. 비현실적인 꾸중이 잘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시험을 잘 본 학생들은 칭찬을 받았을 때 이후 시험에서 성적이 더 높아졌다.

한국의 전통 문화, 서구의 문화 모두 항상 옳지 않다는 결론이다. 비현실적 칭찬, 과도한 꾸중 모두 위험하다. 특히 최근 한국에서는 서구 문화의 영향, 꼰대 취급 등으로 정당한 꾸중조차 어려운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김 교수는 “정당하지 않은 칭찬은 사람의 멘탈을 약하게 만들고, 삶에 대한 동기를 잃게 만들 수 있다. 과장된 칭찬은 사랑도 아니고 배려도 아니며 그냥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은 어설픈 이기심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꾸중이든 칭찬이든 모두 정당해야 사람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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