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동엽 건축사(사진=추동엽 건축사)
추동엽 건축사(사진=추동엽 건축사)

형, 잘 지내고 있죠?
계절은 어느덧 봄이 오고 있어요. 여기 부산은 봄비가 무지 오고 있습니다. 봄이 오고 있지만 참 경기가 여의찮아 몹시 어렵네요. 건축사로 일해오면서 이런저런 어려운 시간도 겪어왔지만 요즘 같아서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아 한숨만 나옵니다.
어느덧 학교가 개강에 접어들면서 강의를 나가게 되었어요. 2학년을 맡아 설계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자식 같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참 신선하다는 생각도 들고,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런데 현실을 살피며 후배들의 모습을 보면 어떤 얘기를 해줘야 할지 난감할 때도 있어요. 우리와 달리 1년이란 시간을 더 투자해서 다니는 아이들인데 5년을 마칠 즈음 건축사사무소의 꿈을 가지기보다는 다른 분야로 가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아 아주 안타까워요. 혹시 가르침이 부족해서 그런지 하는 자책도 하고, 아니면 우리가 하는 일이 그리 매력이 없어졌나 싶어 아쉬움도 있고….

요즈음은 동료에게 전화해 일 많이 하고 있냐는 안부를 묻기가 어려워요. 건강히 잘 있냐고 물어보다 ‘좀 어때’하고 물어보면 ‘왜 이리 힘드냐?’는 반응만 오기 일쑤이죠. 그러면 보태는 말이 ‘야, 지금보다 어려울 수 있겠냐, 이제 바닥은 친 것 같으니 몸 생각하며 잘 버텨라'라고 서로 웃고 말죠. 그러고 보면 참 힘들게 버텨온다 싶기도 해요.

지금 사무실이 있는 동네가 대학을 2개나 끼고 있는 곳이라 코로나 시절에도 장삿집은 빈자리가 없이 늘 잘 운영되던데 요즈음은 몹시 어려운지 큰 길가의 1층 가게도 임대가 붙여진 지 오래인데 나가질 않아요. 부동산 경기는 말하지 않더라도 이런 장사를 하는 가게라도 좀 잘 되고 있어야 우리가 할 일이 조금이나마 늘어날 텐데 싶어 남의 일이지만 안타깝기만 해요.

안부 인사하려다 너무 푸념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우리 이제 적은 나이도 아니니 건강 잘 챙겨야 합니다. 전 요즘 근력 운동을 좀 하고 있어요. 자꾸 몸이 개운하지 못하고, 힘이 달려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조금 힘들기는 해도 운동하는 동안 잡념도 없어지고, 나름 건강해지는 기분도 들어서 괜찮은 것 같아요. 진작에 시작했으면 오십견으로 힘들어하지 않았을 건데 조금 늦지 않았나 싶기도 해요.

꽃 피는 봄이 오고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인데 멀리 떨어져 있다가 보니 지나치다 얼굴도 못 보고 전화 통화한 지도 너무 오래됐네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생각하고 있을 테니 건강히 잘 지내고, 계절의 변화와 함께 일이 많아 바빠서 얼굴 못 보겠다는 인사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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