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효 건축사(사진=이상효 건축사)
이상효 건축사(사진=이상효 건축사)

2년여간 건설사 소속 현장관리자로 근무한 적이 있다. 감리가 아닌, 현장관리자가 되다 보니 책임자급과의 회의와 문서행위보다, 하도급사들의 건설기술팀장(이른바 십장)들에게 업무를 전달하고 지시하는 일이 많았다. 필자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건설기술자들과 그들의 ‘언어’로 관리하는 일이 업무의 중심이었다. 이때 현장관리 선배들의 조언을 듣게 됐는데, ‘현장 근로자’들과는 적당한(?) 기싸움과 긴장관계는 유지하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라’는 것이다.

매뉴얼화된 제조업과 달리 건설현장은 근로자들의 숙련도뿐만 아니라, 감정과 의욕이 시공품질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연에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필자가 본 건설기술자들은 항상 공격적이며 분노에 차 있었다. 거친 노동과 선·후-공정, 동시-공정 사이 분쟁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건설노동자라고 경시하는 것도 문제였지만, 내가 더 크게 느낀 것은 존중받아야 할 기술자임에도 현장에서도 심리적으로 하대 받고 있다는 점이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기술보유자가 기술에 대한 자존감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흔하게 건설현장을 ‘노가다 바닥’이라고 통칭하지만, 그들은 엄연히 고도로 숙련된 그리고 존중받아야 할 건설기술자들이다.

현장에 붙어있는 ‘안전제일’라는 표어가 이미 한국, 중국어,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지 오래다. 경험이 많은 현장소장들과 건설기술자들은 고령화·다국적화 되었다. 특성화된 건설공정의 축적되고 노련한 기술의 전수는 고사하고, 소통의 어려움으로 오시공과 안전사고에 더욱 조심하고 유의하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도, 간접적이지만 필자가 말하는 건설기술(자)을 경시하고 하대하는 건설현장문화의 누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전에 우리 건축사들이 건설현장을 대하는 태도와 명칭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노가다라는 어원이 ‘무기술’, ‘막일’이라고들 하지만, 그들이 건축사의 도면과 ‘디테일’을 구현함에 있어 중요한 기술자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건설기술자들을 경시하면서 고급의 건축 ‘디테일’ 구현을 요구할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을 노가다로 부르며 하대하는 순간, 그들이 가진 기술력은 소멸되고 단순 막일로 전환될 뿐만 아니라, 건축사의 위상과 건축사의 도면도 저급하게 취급 당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한국 건설현장의 계급화/저급화를 불러오고, 건축사가 속한 건축업계마저도 하대 받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건설현장과 기술자들을 하대하면서 건축사의 지위와 인식개선을 사회에 요구하는 것은 옳지도 않고, 어리석은 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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