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한 번 건축되면 되돌리기 어렵고 오랜 시간 동안 상시 사람들이 이용한다. 때문에 건축사는 설계에 앞서 건축물이 미칠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역마다의 특색과 환경이 다른 만큼 사회 전체를 조망해 보는 거시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대한건축사신문은 매년 발표되는 주요 해외 건축상을 톺아보려고 한다. 대체로 건축상은 시대적, 사회적 경향성을 담은 작품을 선정한다. 건축상을 살펴봄으로써 현재 건축계가 지향하는 일종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는 영국왕립건축사협회가 선정한 우수 국제 건축물을 소개한다.
RIBA는 디자인의 우수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영국 외 지역에 세워진 건축물에 RIBA International Awards를 수여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인터내셔널 어워드에는 영미권의 건축과 달리 국가별 지리적, 사회적 특수성과 문화가 반영된 건축물이 선정됐다. 대한건축사신문은 수상작과 후보작 등을 살펴보며 사고의 확장을 도모하려 한다.
홍콩 타이 쿤(Tai Kwun) 문화유산 예술센터는 영국 식민지 시절에 세워진 주요 경찰서, 행정관, 교도소 등이 남아 있는 홍콩의 역사적 기념물 중 하나다. 도시 마스터플랜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홍콩의 로컬 Rocco Design Architects에서 총괄 건축을, Herzog & de Meuron에서 디자인을 맡았다.
타이 쿤의 특징은 역사적 유산으로 규정된 공간을 보존하면서도 두 개의 건물을 준공해 기존과 연결했다는 점이다. 16개의 역사적인 건물과 신축 건물, 야외 공간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다.
보안 강화를 위해 높은 화강암 벽으로 둘러싸인 경찰본부 부지 내 광장인 퍼레이드 그라운드(Parade Ground)를 란콰이퐁(Lan Kwai Fong), 소호(Soho) 등의 지역과 이어지게 했다.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의 중간 에스컬레이터와 타이 쿤 라인(Tai Kwun Lane)을 남과 북 방향으로 연결해 누구나 불편함 없이 타이 쿤에 방문할 수 있다.
새로 준공된 JC 컨템퍼러리와 JC 큐브는 기존 건물과 디자인적으로 유사한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적인 면을 강화했다. 화강암 블록의 기존 요소를 참고해 주조 알루미늄으로 외관을 디자인했다. 독특한 물성을 표현하면서도 기존 석조 건물을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역할도 한다. 주조 알루미늄은 낮 동안 빛 반사율을 줄여 방문객의 눈부심을 최소화한다. 밤에는 건물에서 방출되는 빛을 부분적으로 차단해 빛 공해를 막는다. JC 컨템퍼러리는 현대미술 갤러리로, JC 큐브는 영화관과 공연장으로 활용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