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도시제주
고동연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도시제주

지역 건축사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제주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건축주와의 관계, 법규 적용, 시공사와의 협업 등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더불어 고민도 생겼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한 재료 사용의 제한, 자가 공사나 시공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완성도 문제, 건물의 완성도보다 빠른 준공 요구, 지역성 등이다. 나름대로 이러한 문제를 풀어보려 건축 작업을 하면서 여러 가지 고민과 시도를 거듭했다.

일반적으로 시공사 선정 후 재료와 설계가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한정된 예산 때문이다. 설계 의도를 유지하면서 비용까지 절감하기 위한 건축사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1년에 진행한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는 그동안 생각했던 고민에 방향성을 찾는 계기였다. 이 프로젝트는 계획부터 시공까지 건축주가 건축사에게 전적으로 업무를 맡겼다. 재료, 시공사 선정 등 일련의 과정에 건축사가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수 있었다. 덕분에 시공과 인테리어에도 관여해 설계 변경 없이 계획안대로 준공됐다. 반면 이 프로젝트는 시공사와 적극적 으로 협의해 설계 의도를 유지하면서 비용까지 절감했다.

지역 건축사라면 지역 기후와 재료 특성을 고려해 시공 품질을 높일 수 있도록 협의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말한 프로젝트는 벽돌을 외장재로 사용해 주변 경관에 녹아 들도록 설계를 했다. 제주는 섬 특성상 벽돌로 시공할 경우 내륙지역에 비해 백화현상에 취약하다. 시공 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공사에 부적합한 날씨에 시공을 강행하면 품질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 때문에 지역 기후와 재료 특성을 생각해 시공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시공 품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또한 지역의 경우 자가 공사 비중이 높다보니 완성도 있는 시공 능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시공사와 충분히 협의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건축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 건축사의 고민 중에는 지역성도 큰 몫을 차지한다. 제주뿐만 아니라 지역마다의 고유의 풍토가 있고 문화도 조금씩 다르다. 이를 건축에 담아내는 작업이 녹록치 않다. 어떻게 하면 지역적 특성을 설계에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하지만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젊음과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 건축사로서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는 고민이기도 하다.

지역에서 건축하는 건축사라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건축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을 중심 으로 활동하는 모든 건축사가 좋은 건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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