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프로젝트
- 정진혁
뻐꾸기는 울 때 뻐꾹뻐꾹 울지 않는다
뻐억~꾹 뻐억~꾹 울면서
송홧가루가
목에 걸린 듯 울면서
느린 맛 하나를 온 마을에 툭 던져 준다
봄을 우리는 봄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봄은 보~~오~~ㅁ이라 불러야 한다
기다렸다고 기다렸다고
보~~오~~ㅁ
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보~~오~~ㅁ
부르며
계절 하나를 우리 가슴에 묻어 둔다
계절 하나를 아껴 써야 한다
뻐억~꾹 뻐억~꾹
보~~오~~ㅁ 보~~오~~ㅁ
계절 하나가 목에 턱턱 막히며
자꾸 길어진다
- 정진혁 시집 ‘드디어 혼자가 왔다’ 중에서/ 파란/ 2023년
플라톤의 대화록 ‘크라튈로스’에는 오노마(ὀνομά, 고유명사, 일반명사,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동사와 형용사를 가리킨다)와 언어의 대상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크라튈로스는 봄(대상)은 봄(언어;오노마)이어야만 하는 필연적인 관계라고 주장하고, 헤르모게네스는 그런 필연적인 관계는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든, 적어도 시에서 만큼은 마치 오노마가 대상과 필연적인 관계로 느껴진다. 봄이 봄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함성호 시인
haamx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