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에 자연스레 자리잡은 두 동 숙소
제주 지역 특성 살리되 현대적 감각도 접목
양현준 건축사 “제주 풍경 최대한 끌어들이면서 마을과 어우러지길”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두 번째 작품은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수상작 스테이 오후.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외관(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외관(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야경(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야경(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여행에서 돌아온 뒤 숙소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주로 그 숙소의 밤 풍경을 설명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점심 즈음부터 저녁 사이, 오후에는 주로 숙소를 비우고 다른 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여행지 숙소 오후 풍경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번에 소개할 2023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수상작 스테이 오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는 작명부터 이러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역발상이 빛나는 건축물이다. 건축주는 보통 여행지 숙소에 체크인은 오후 시간 중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여행자들이 숙소와 처음 만나게 되는 시간인 오후가 가장 따듯하게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건축물 이름을 스테이 오후로 지었다고 한다.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외관(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제23회 제주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본상 ‘스테이 오후’ 외관(설계=양현준 건축사, 건축사사무소 소헌 / 사진=윤준환 작가)

제주와 같은 유명 관광지의 명소라면 어디든 붐비기 마련이다. 이렇게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숙소로 돌아오면 바로 잠들기 바쁜 게 인지상정일 터. 그렇지만, ‘스테이 오후는 주위 시선 의식하지 말고 제주 사람의 일상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제주 구좌읍의 자연과 새들의 소리를 온전하게 느껴보라고 제안한다.

스테이 오후는 스테이 오스테이 후라는 유사한 구조의 독채 두 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주는 바람과 돌이 많아, 낮은 천장고와 돌담이라는 건축 특성을 보인다. ‘스테이 오후는 낮은 천장고와 돌담이라는 제주만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성과 디자인을 고려하여 모던 클래식 제주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적용했다고 양현준 건축사는 설명했다.

제주의 자연적 특성인 바람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U자형 중정 구조와 박공지붕으로 설계했으며 밖거리와 안거리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하여 공간 활용성과 만족도를 높였다. 여름에는 구좌읍의 자연을 몸으로 만끽하고, 추운 겨울에는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스테이 오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어우러짐이다. 작품을 보면 스테이 오스테이 후두 채가 엇갈리게 배치돼 있다. 건축물은 주위에 군림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풍경에 녹아들어 있다.

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작품의 외관은 제주의 지역성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이기에 좋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작품 정면을 보면 그다지 크지 않고 단아한 건축물로 보였으나 막상 들어가고 나면 반전의 디자인이 눈을 즐겁게 했다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양현준 건축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양현준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양현준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소헌)
양현준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소헌)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2019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점점 제주에 독채 숙소의 인기가 늘어났고 2021년 무렵 스테이 설계에 대한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주택을 숙소로 사용하는 스테이 형태의 민박은 주택으로서 마을 일부가 되면서 독채로의 프라이버시가 확보된 사용자만의 공간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도로에서의 시선을 차단하고 안 마당에서 제주 풍경을 최대한 끌어들이면서 마을과 어우러지기를 바랐습니다.

Q. 그런 점을 건축물 설계에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두 동으로 계획하면서 최대한 자연 지형에 맞춰 배치하고 도로에 면한 주차장을 등지면서 프라이버시를 확보했습니다. 실내로 들어왔을 때 보이는 안마당은 뒤쪽으로 펼쳐지는 밭 풍경을 담아내고 거실과 방을 이어주는 복도는 자연스럽게 바깥 풍경이 보이도록 U자형의 형태로 계획했습니다. 도로 측으로는 주변 돌담과 어우러지도록 외벽에 현무암 자연석 쌓기를 해서 마을 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했고, 지붕은 황갈색의 징크 평이음으로 옛 전통 민가의 지붕을 기능성과 내구성을 고려한 현대적 재료로 표현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용자를 만족시키면서 주변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점과 스테이 특성상 불특정 사용자를 위한 주택을 계획하게 되는데 건축주도 아닌 누군가를 위한 집이라는 점이 계획함에 있어 어려웠던 점인 듯합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사물과 공간, 사람이 가진 본래의 것을 존중하고자 합니다. 본질과 본성을 인정하며 건축으로 서로 관계 맺음이 건축의 완공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의 삶과 융화되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Q. 그 지향점이 이 작품에 잘 반영됐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주변 자연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이용한 외벽 자연석 마감과 지붕의 금속 느낌이 잘 어우러지도록 했습니다. 스테이 사용자의 목적을 위한 배치와 평면구성 또한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도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을 담아내고 건축물이 주변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으며 풍경에 녹아들 수 있도록 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주변을 거스르지 않고 사용자에게 특별한 건축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해 왔는데 많은 분이 제 작업에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아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용기를 얻게 됐습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건축사에게 끝나지 않는 숙제 같은 지역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집니다. 제주의 기후와 재료의 특성들을 작업으로 정리하면서 나름의 지역성에 대한 해석을 반영한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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