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상 철도 구간 101킬로미터
부산과 대구도 철도로 도심 분할 돼

2013년 서울 기준 지하화에 38조 원 소요
막대한 사업비 마련 관건
“공간 혁신 통해 도시 경쟁력 제고 이끌어 내야”

도심 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뉴스1)
도심 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사업 추진이 활발하게 진행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뉴스1)

주변 지역이 갈수록 낙후됨은 물론, 소음과 분진피해, 나아가 공간적으로 지역 단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는 도심 철도의 지하화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 통과로 국토교통부의 종합계획 수립과 서울시의 노선별 기본계획 수립 등 단계별 사업도 추진될 전망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물론, 도심 철도 지상 노선이 지나는 서울시 자치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역 양분, 교통체증, 주거환경 침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용산구는 특별법 본회의 통과에 따라 경부선, 경원선 철도 지하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로역에서부터 온수역까지 약 6킬로미터 구간, 신도림역부터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2킬로미터 구간에서 지상철도가 지나고 있는 구로구 역시 철도 지하화로 구로차량기지 이전 사업 등 개발계획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지상 철도 구간은 101킬로미터에 달한다. 국철 노선이 72킬로미터, 도시철도 지상 구간은 29킬로미터다. 부산과 대구 역시 경부선으로 도심 일부가 찢겨 있고, 대전은 경부선과 호남선으로 3분할 되어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야당은 철도 지하화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철도가 지하로 들어가기만 한다면 관련 지역의 도시환경이 급격하게 개선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시가 경의중앙선 일부를 지하화하면서 조성한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이다. 마포구에 위치한 선형의 도심공원인 경의선 숲길은 연트럴파크라고 불리며, 일대 상권의 혁신과 연간 885만 명이 찾는 개방적인 녹지를 선사했다. 현재도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별법은 철도 부지를 민간이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지하화에 따른 사업비를 충당하는 내용이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방안 차원에서, 단절된 도심을 이어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그럼에도 문제는 사업비다. 서울시가 2022년 8월 발표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철 지하화에 대한 총사업비는 약 32조 6000억 원, 2호선과 3·4호선 등 도시철도 지하화에 대한 총 사업비는 5조 4600억 원으로 합계 약 38조 원으로 추정됐다. 조사가 2013년에 진행된 터라 물가 상승률, 보상 비용 등을 고려하면 현재는 용역 당시보다 2배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 도시공간의 혁신 통한
지역민 삶의 질 개선 보장돼야


이처럼 경제적 타당성 문제와 사업비 확보가 걸림돌로 제시되지만 실제, 도심 철도 지화화가 도시공간의 혁신을 이끌어 낼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서울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교통이 공간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보면, 도심 철도 지하화는 일차적으로 철도로 인한 외부와의 단절을 해소하고, 효과적인 도심 재개발, 소음과 주변 환경 개선 등 공간 혁신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곧 새로운 공간 구성을 통한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도심 철도의 지하화는 철로 주변의 거주환경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끄럽고 먼지가 많아 낙후된 지역으로 손꼽히던 철로 주변이 재정비되고, 길게 뻗은 선형으로 도시를 갈라 놓았던 철길이 없어지면서 지역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도심의 핵심 요지에 활용성이 높은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지하화를 통해 확보된 철도 부지와 주변 상업지역은 다양한 기능이 융합된 도심공간으로 개발할 수 있고, 유휴공간 역시 도심 내 녹지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정부가 지난 1월 내놓은 교통분야 혁신 전략에서도 나타나듯, 철도 지하화를 통해 상부는 고밀·복합 개발을 통해 핵심 거점으로, 선로 주변 노후·저밀 지역은 철도 부지와 함께 통합 재정비가 이뤄진다.

A 건축사는 “도심 철도 지하화를 통한 상부의 용지가 창조와 혁신의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한다면 도시 미래에 대한 비전을 형성하고,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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