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각 분야 분리발주 확산 움직임

‘구조분야 분리발주 건축법’ 국회 국토위 소위 회부
심사보고서, “신중한 검토 필요하다” 부정적 의견
여러 전문업체 의견 수렴해 프로젝트 이끌어가는
‘토털 코디네이터’로서 건축사 ‘설계총괄’ 필수 의견 제시

분리발주 확산으로 전문업체 협력 강제할 수 없어
건축사의 총괄책임권한 약화 초래

건축산업은 구조, 전기, 기계, 소방, 정보통신 등 각 분야의 유기적인 협력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 참여주체의 상호 협력을 통한 피드백, 조화로운 작업이 전제돼야 적정 품질의 건축물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심사 중인 구조분야 분리발주 움직임은 이러한 건축의 성격을 무시한 발상으로, 건축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건축을 공중분해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현재 건축구조 분리발주를 골자로 한 건축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된 가운데, 국토위 박재유 수석전문위원은 “건축구조의 경우 내력벽, 기둥, 주계단 등 구조부재의 배치·폭 등 많은 부분이 피난계획과 바닥면적, 층고와 같은 건축공간 계획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므로 건축사의 설계 총괄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견해를 밝히며 “건축구조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소관 부처 국토부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구조분야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됐다. 심사보고서는 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사진=뉴스1)
지난 1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가운데, 구조분야 분리발주 건축법 개정안이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됐다. 심사보고서는 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냈다. (사진=뉴스1)

건축사협회도 건축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국회에 반대 의견을 내고 적극 대응 중에 있다. 국회의 법안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국토부 역시 인천 아파트 건설현장 붕괴사고 이후 수립된 정부 대책에서 건축구조에 대한 공사감리가 대폭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구조설계 업무에 대해 건축구조기술사만을 설계자로 한정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므로 건축사와의 현행 협력체계 내에서 전문성을 강화하고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 심사보고서 내용대로, 전문가들은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건축사의 건축설계 총괄 역할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가령 전기, 기계, 소방, 통신, 구조, 조경, 토목 등 계획을 하더라도 실제 어떤 설비가 지나가야 하는지 건축사는 전부 파악을 해야 한다. 환기덕트와 구조체가 겹쳐 있는지를 각각의 작업자는 잘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계획할 때, 가능 여부를 찾아낼 수 있는 주체는 설계총괄을 맡는 건축사뿐이다.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업무 비중을 수치화한다면, 20% 가량 차지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처럼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을 위해선 건축사가 설계를 해도, 각 협력 주체와의 피드백이 원활히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에, 건축사는 설계뿐 아니라 여러 전문업체의 의견을 수렴해 전체 프로젝트를 순조롭게 이끌어가는 ‘토털 코디네이터(Total Coordin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분리발주는 건축사의 이런 역할을 제약하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게 해 일을 진행함에 있어 굉장한 차질을 빚게 한다는 게 건축사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전력시설물의 설계 및 공사감리 사업을 건축 등 다른 용역과 분리발주하도록 한 ‘전력기술관리법’ 개정이 가장 가까운 사례다.

A 건축사는 “지난해 말 전기 설계·공사감리 분리발주가 법제화되면서, 협력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지다 보니 이전보다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전문업체 입장에서도 건축사가 엄밀히 말해 계약당사자가 아니다 보니 최적의 설계를 위한 정당한 요구라 할지라도 들어줄 이유가 없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협력관계에 있는 관계전문분야 업체의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은 여전히 건축사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현행 법령상 설계자는 ‘자기의 책임으로 설계도서를 작성하는 자’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기·소방·정보통신 분야가 개별법에 따른 분리발주 법제화로 사실상 건축사의 총괄책임권한이 약화된 상황에서 건축물의 적정 품질·안전을 위해 건축사가 짊어진 총괄조정업무 및 책임에 대한 법적 인정, 그리고 이에 대한 정당한 보수가 별도로 지급돼야 하는 이유다.

이미 건설엔지니어링분야는 전기 및 소방·정보통신 등 관련 전문업체에 대한 총괄관리 및 책임권한을 부여하는 총괄관리자 규정(제41조)을 두고 있다.

건축사협회 법제정책처는 “분리발주가 되더라도 건축사가 전체를 파악하고 총괄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과 대가지급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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