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김석영


양의 울음은 기도다
어둠 속에서 한 손을 말아쥐고 
주먹이 되기 전까지
어둠을 꼭 누르기 전까지만
망원경이 될 수 있다 
눈은 어두운 곳에서만
둥근 출구를 볼 수 있다
올라가야 할 높이는 주먹 안에 있다
손바닥을 펴면 하늘은 평평해졌다 
천장 아래에서 종일 우는 양 우물은
그의 목소리를 되돌려 줬다

 

- 김석영 시집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중에서/ 민음사/ 2022년

천체망원경은 우주의 어둠을 본다. 어둠을 보지 못하면 그 가운데서 빛나는 별들을 볼 수 없다. 기도는 전망, 아니면 우러름이다. 죄를 사하고자 하는 기도는 과거를 본다. 현재라는 빛을 잃은 과거도 그렇고, 아직 빛이 도달하지 않는 미래도 어둠이다. 그 어둠 속에서 기도는 ‘둥근 출구’를 만들어 낸다고 여겨진다. 높이를 향한 기도는 초월자든 그 무엇이든 대상과 하나 되기를 원한다. 어떤 기도든 만약 그 기도에 응답 받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했던 기도의 울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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