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 내리는 창덕궁 인정문으로 들어서니 지붕의 단청 사이로 인정전이 보인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눈이 수백 년 전의 궁궐건축에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온통 하얀 세상이다. 어진 정치를 펼치겠노라는 뜻을 담고 있는 궁궐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운치가 더해진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아본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신하들의 함성이 꿈결인 양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정병협 건축사 · 나은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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