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영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강건
강진영 건축사‧종합건축사사무소 강건

사무소를 개소한 뒤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도 설계공모 진행을 많이 했었기에 준비과정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결과는 꼴등이었다. 처음에는 왜 꼴등을 했는지 의문도 들고 화도 났지만 투지를 불태워 설계공모에 재차 도전했다. 이전의 일들을 반면교사 삼아 변화를 꾀했다. 심사위원의 평가서를 통해 기존에 갖고 있던 설계방향에 대한 피드백으로 삼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설계공모를 거치면서 의문이 들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설계공모인가? 설계공모는 공모를 통해 더 나은 설계안을 선정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막강한 영향력, 심사위원과 사전 접촉하는 일부 사무소 등으로 인해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고 공정성이 무너지게 됐다. 그래서 설계공모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생각해 봤다


첫째, 설계공모 평가항목에 설계지침서를 반영하는 것이다. 설계지침서는 발주처의 요구사항이 담긴 문서다. 설계에는 이 요구사항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설계지침서가 반영되는 비중은 현저히 낮다한 행정복지센터 설계공모의 경우, 설계지침서의 내용과 달리 민원실 면적을 계획보다 절반으로 설계를 했음에도 당선이 됐다. 기존 건축물과 연계해 보행자 공간을 형성하라는 요구사항과 달리 주차장을 배치했음에도 당선작으로 뽑혔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은 심사위원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 답한다.

당선작을 선정할 때 설계지침서를 충분히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심사위원의 개인적 건축 성향에 무게가 실리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재량으로 설계지침서를 무시변경하는 것이 발주처에게 의미 있는 공모였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평가항목에 설계지침 반영 여부를 추가해야 한다. 발주처의 의도가 적용된 최적의 설계안이 선정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둘째, 공모안 심사 당일에 심사위원 명단을 발표하는 것과 심사평가서 작성 기준의 마련이다. 현재 심사위원 명단은 설계공모의 공고 시에 공개된다. 이는 일부 사무소에서 사전접촉을 하게 하는 원천적인 원인이자 공정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만약 심사 당일에 심사위원 명단이 공개된다면 사전접촉을 어느 정도 방지할 거라고 본다.  

심사평가서 작성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최소 30자 이상의 심사평가서를 작성해 설계안의 당락에 대한 심사위원의 평가 이유를 기록공유해야 한다.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당선작으로 뽑은 이유를 상세히 적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부족함과 아쉬움이 무엇이었는지가 기재공유돼야 더 나은 설계를 위한 피드백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나은 설계공모를 위한 두 가지 제안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설계공모가 공정성을 갖춘다면 현재 건축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생각한다. 보다 좋은 설계공모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더해져 변화를 낳고 올바른 설계공모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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