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 디자인‧아이디어 중심 설계공모 운영
장기적 정책 기조 맞춰 신진건축사 설계 기회 제공에 적극적

프랑스, 공공건축 전담지원조직 MIQCP로 공정성 관리
아이디어 설계공모 YAC서 가시적 성과 내는 한국 젊은 건축인도 다수

건축설계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인재풀의 확보가 중요하다. 일찍부터 건축설계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한 건축 선진국은 다양한 정책으로 젊은 건축사의 인력 배출과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더불어 설계공모 제도 역시 디자인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발전시켜왔다

EU의 유로판(Europan)은 신진건축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설계공모다. 1988년부터 격년마다 유럽의 특정 장소를 주제로 혁신적인 주택과 도시계획 설계 공모를 진행한다. 40세 미만의 젊은 건축사로 참가가 제한된다. 유로판의 주목할 점은 일반적인 공모 경쟁 시스템에서 벗어나 젊은 건축사가 제안된 장소에 대한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접근 방식을 찾게 하는 점이다. 젊은 건축사의 아이디어 실현 지원, 지자체와 건축사 간의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다. 최종 우승자는 실제 구현 프로세스에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살아있는 도시를 주제로, 생물학적 및 인간 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손상된 거주 환경에서 복잡하지만 역동적인 공간 재구성을 제안한 제출안이 당선됐다

‘살아있는 도시’를 주제로 한 유로판16의 우승작 중 하나인 헥토르 살세도 가르시아(Héctor Salcedo García)의 ‘오랑주리’는 스페인 알지라(Alzira) 지역의 미래도시 형태를 구현했다. 지역 농산품인 오렌지 나무 과수원과, 지역 유적지 등을 상징화하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성을 다리로 구체화했다. 심사위원단은 옹벽과 관개 구조 등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오래된 조경 구조를 사용하고 활성화하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사진=Europan)
‘살아있는 도시’를 주제로 한 유로판16의 우승작 중 하나인 헥토르 살세도 가르시아(Héctor Salcedo García)의 ‘오랑주리’는 스페인 알지라(Alzira) 지역의 미래도시 형태를 구현했다. 지역 농산품인 오렌지 나무 과수원과, 지역 유적지 등을 상징화하면서도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간성을 다리로 구체화했다. 심사위원단은 옹벽과 관개 구조 등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오래된 조경 구조를 사용하고 활성화하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줬다. (사진=Europan)

이탈리아의 YAC(Young Architects Competiions)도 최근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는 설계공모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2013년부터 시작된 YAC는 만 35세 이하의 젊은 건축사를 대상으로 한다. 아이디어 공모의 주제도 예술 박물관, 위기 이후의 집, 오아시스, 최초의 달 연구기지, 데이터 환경 등 다채롭다. YAC에는 한국의 젊은 건축인도 참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4개의 주제에 한국인 4팀이 3등상 및 금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YAC
Art Museum 주제 부문 THIRD PRIZE (사진=YAC)
Home After Crisis 주제 부문 GOLD MENTION (사진=YAC)
Moon Station 주제 부문 THIRD PRIZE (사진=YAC)
​Data landscape 주제 부문 GOLD MENTION ISOPAN VENTILATED FAÇADE (사진-YAC)
​Data landscape 주제 부문 GOLD MENTION ISOPAN VENTILATED FAÇADE (사진-YAC)
Data landscape 주제 부문 GOLD MENTION BASF (사진=YAC)
Data landscape 주제 부문 GOLD MENTION BASF (사진=YAC)

신진 건축사를 위한 기회 제공을 위해 설계공모 내에 관련 제도를 마련한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공모의 특성에 따라 건축사의 나이를 구분해 지명 공모 방식을 진행하고 있다. 50대 이상 기성 건축사, 40대 중견 건축사, 20~30대의 젊은 건축사 등으로 나눠 지명하는 방식이다. 설계공모의 공정성을 위해 프랑스는 1977년부터 공공건축 전담지원 조직인 MIQCP(Mission Interministerielle pour la Qualite des Constructions Publiques)를 운영 중이다.  


독일의 경우 소규모 또는 신진 사무소의 적극적인 참가를 도모하고 있다. 비공개 제한공모가 통상적인 형태인 독일은 발주처가 대상을 한정해 사전평가를 진행한 뒤 설계공모에 초청한다. 다만 제한공모의 전체 초청 인원 중 일정 부분을 소규모 또는 신진 사무소에 한정해 배당한다. 참가자의 유사 실적 제출에 있어서도 준공된 실적뿐 아니라 설계공모 당선 실적도 인정한다

젊은 건축사의 인재풀 확보와 창의적 디자인의 다양화 등을 위해 국내에서도 유럽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볼 수 있다. 설계공모 절차도 디자인과 아이디어 중심으로 간소화하고, 단계별 사업 절차를 줄여나가는 방안이다. 또 현행의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기준 외에 다른 공모 방식을 고려해볼 만하다.  

업계 한 건축사는 설계공모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경험은 당선 못지않게 중요한 건축사의 자산이다. 그런 만큼 모든 설계공모에 제한을 두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디어가 부각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신진 건축사 중심으로 진행한다면 소규모 설계공모에 몰리는 과도한 경쟁을 막고 신선한 설계 아이디어도 공유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