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건축학개론’ 과목에서는 건축사의 자부심이 강조되며, 모든 건축 과정에서 건축사가 업무를 주도하고 결정하며, 건축사의 승인이 있어야 업무가 진행될 수 있음을 배운다. 그만큼 건축이라는 학문이 대단하고 가치 있으며 건축사로서 성장하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많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지금 건축사가 겪고 있는 업무환경은 왜 다양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가. 건축의 모든 과정 중에서 왜 건축사가 항상 대부분의 책임을 지고 적은 대가를 받으며 명시되지 않은 업무를 추가로 수행하고 있는가. 건축 관계자들 간의 관계 속에서 왜 건축사가 항상 을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책임은 크고 대가는 적은데, 경기가 어려워지니 그 수준이 생존을 위협하는 정도에 다다르고 있다 생각된다.

개인이 이에 대응할 수 있을까. 각종 SNS를 통해 현재 상황을 성토하는 여러 글들이 관심을 받고 공유되기도 하며,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 많은 건축사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소수가 모여서 노력하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건축사의 일이 아닌 부분은 당당히 거절하며, 불합리한 법과 제도에 대해서 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건축사가 당장의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수긍하며 저가로라도 수주하고, 추가업무를 진행하며,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따르고 있다.

법이 신설되거나 개정될 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법이 바뀌었을 때 어떠한 일들이 초래되는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전문분야는 법 개정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를 거치며 찬성과 반대의견에 대해 다양한 미디어가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느껴지지만, 건축사 업무와 관련된 수많은 법과 제도가 건축사들과 협의하거나 심지어 잘 알지도 못한 채 신설되고 개정된다. 사고가 발생하거나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또 법이 바뀌겠구나 생각한다.

건축사 업무와 관련된 법과 제도에 대해서는 전문가로서 건축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이를 넘어서 대학의 첫 수업에서 들었던 것처럼, 해외에서 Architect가 가지는 위상만큼 국내에서 건축사의 위상을 높여 사회적 통념이 개선되어야 한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의무가입을 통해 개업한 모든 건축사가 소속되어 있는 단체다. 회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확실히 하고 현업에 적용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수집하는 일과,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회원의 의견 개진이 타당하고 다수의 의견이라고 판단되면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기존에도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회원들은 더 빠르고 강력한 개선을 원한다. 개인이 외치는 소리는 어쩔 수 없이 작다. 어떠한 구호를 외칠지, 어떻게 목소리를 모을지, 함께하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협회가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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