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건축사(사진=김상현 건축사)
김상현 건축사(사진=김상현 건축사)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문양은 조형미술에서 말하는 미적 표현의 3요소인 형체·색조·문양 가운데 하나로 장식을 목적으로 모든 물체의 겉에 나타나는 무늬를 말한다. 이러한 무늬는 인간의 욕구를 어떠한 형태로 외재화(externalization) 한 것으로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인 상징화의 능력에 기초하면서, 모든 대상과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건축 또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면서 인간의 삶과는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가치·기준·태도나 관점 등을 설계 과정을 통해 통합하고 외재화(externalization) 한 결과라 할 것이다. 필자는 이것을 ‘건축의 무늬’라고 부르고자 한다.

건축은 삶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로 그려진 무늬이고, 음악은 인간이 선율로 그려내는 삶의 무늬이다. 건축사들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곧잘 비유하는데, 이는 건축사들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다양한 건축 관계자들 마음속의 삶의 무늬를 녹여내어 조화롭게 어우러진 새로운 건축의 무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무늬들이 축적될수록 그 건축은 깊어지고 감동의 울림은 커진다. 특히 건축사들이 켜켜이 쌓아 만든 ‘건축의 무늬’들은 클래식 음악처럼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학창시설 좋은 건축은 건축주·건축사·시공사 3자의 소통과 조화로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배웠다. 우리 건축사들은 서로의 무늬를 조화롭게 만들려는 소통과 노력을 통해 좋은 건축을 제시하고 존중받는 건축사로 거듭날 수 있다.

작년 10월 31일 ‘민간 대가 법제화’ 건축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김학용 의원은 “건축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투명하고 적정하게 규정함으로써 건축 설계·감리의 품질과 건축물의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이 배경 설명 속에 숨은 복선은 무엇인가? 그동안 민간건축물의 설계·감리업무에서는 설계·감리비를 제대로 못 받았으니 설계와 감리 및 안전 확보에 소홀하였던 것이 당연하였다는 말로 읽힐 수도 있겠다. 또 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그 모든 것을 건축사들이 책임지겠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단순히 건축사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민간 대가에 공공 대가를 적용한다는 것에 만족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건축이 예술로 승화되고 건축사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힘들게 만들어낸 건축의 무늬를 함께 지켜내려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2024년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좋은 건축의 무늬를 켜켜이 쌓고, 지켜가려는 노력을 정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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