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날

- 김지하


첫봄 잉태하는 동짓날 자시
거칠게 흩어지는 육신 속에서
샘물 소리 들려라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 샘물 소리 들려라
한 가지 희망에
팔만사천 가지 괴로움 걸고
지금도 밤이 되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날 뿐
아무것도 없고
샘물 흐르는 소리만
귀 기울여 귀 기울여 들려라 


 

- 김지하 시집 ‘별밭을 우러르며’ 중에서/ 솔/ 1994년

동지는 양력 12월 22일이나 21에 든다. 이 시기가 음력 11월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동지는 다시 애동지, 중동지 노동지로 나뉨다. 애동지는 음력 11월 10일이 채 못되어서 드는 동지로 이때는 팥죽을 안 쑤고 팔떡을 빚는다. 중동지는 음력 11월 20전까지, 노동지는 그 이후에 드는 동지를 말한다. 동지는 밤이 가장 긴 날로 옛적에는 이 날을 새해로 삼았다. 얼음장 밑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듯이 이미 새 생명들이 움트고 있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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