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젝트, 해외 아키텍트 지명설계공모 잇따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공모
당선작 철회 요청하는 웃지 못할 사례까지

설계산업 전반 저가수주 횡행 속
국내 건축사 설계업무, 정당한 평가 더불어
건축환경 개선해 저변 만들어나가야

민간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해외 아키텍트 지명설계공모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국내 유수 대학 마스터플랜을 비롯한 서초구의 서리풀 보이는 수장고, 성수동의 삼표 레미콘 공장부지 개발 등은 해외 아키텍트의 설계안으로 진행이 결정됐다.

기상청 국제기상센터 국제지명설계공모, 대구 수성못 수상공연장 및 수성 브리지 조성 설계공모 등도 국제지명설계공모로 치러진다. 지명설계공모는 발주처가 지명한 건축사만 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국내 초대형 건축프로젝트를 위시한 주요 건축물들을 상대로 정부·지자체·민간 건축주들이 마케팅 효과를 노려 외국 건축사에게 설계 작업을 맡기다 보니 최근에는 설계공모에 당선된 국내 건축사 작품에 대해 재공모를 요청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광주 미술계는 지난 19일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 재공모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유명 건축사에 의한 지명 공모를 통해 건축물 자체가 광주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적 문화명소가 돼야 한다며 재공모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은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지난해 12월 당선작을 선정한 바 있다.

광주미술계 원로 중진화가와 역대 광주시립미술관장, 역대 광주미술협회장들이 1월 9일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 관선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무효와 세계적인 건축사를 통한 지명 재공모'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광주in(http://www.gwangjuin.com)
광주미술계 원로 중진화가와 역대 광주시립미술관장, 역대 광주미술협회장들이 1월 9일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 관선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 설계 국제공모 당선작 무효와 세계적인 건축사를 통한 지명 재공모'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광주in(http://www.gwangjuin.com)

민간건축의 경우 사적 재산권의 보호라는 측면에서 시장 기능에 맡긴다 하더라도 공공성을 우선에 둬야 할 공공건축까지 해외 아키텍트의 명성에 기대어 맹목적으로 설계업무를 몰아주는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건축디자인을 해외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국내 업체들은 하도급 실시설계 업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까지 고조되고 있다. 이러면 우리 고유의 건축문화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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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는 주요 건축 프로젝트 설계를 외국이 독식하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건축사가 세계적인 아키텍트로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있음을 반증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건축설계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업계의 애로요인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건축사업계 관계자는 건축설계산업 육성을 위한 문제의 본질을 숙고한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건축설계업무에 대한 민간 대가기준 마련과 같은 적절한 보상체계와 더불어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각종 심의, 인허가 절차를 비롯한 설계환경을 옭아매는 건축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H 건축사는 유명 외국 건축사의 설계비는 건축비의 절반인데, 국내 건축사는 최저가에 머물러 있어 한숨만 내쉴 뿐이다세계적인 건축사가 배출되는 데에는 그에 맞는 뿌리 깊은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정부에서 K-건축의 세계화를 도모하기에 앞서 국내 설계산업 열악한 환경을 바로잡는 게 먼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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