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한 해가 시작되었는데, 희망찬 덕담보다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더 자주 듣게 된다. 많은 건축사들이 신규로 시작하는 일은 없고, 마무리 단계의 일들만 남았다고 이야기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에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요인이 있겠지만 건축사들의 내부적인 요인이 있다면 이를 파악하고 개선해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수년 전, 국내 건축사들과 서양의 건축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직원 수가 비슷한 규모인 소규모 사무실에서 한 해에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숫자를 이야기해 보며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들었다. 프로젝트 수를 비교하면 한 해 동안 국내 건축사들이 거의 5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일들을 진행한다고 이야기했으나, 매출의 규모는 각국의 물가를 감안할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을 들으며 서로 놀라워했다.

이것은 정확한 통계자료는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 민간 대가가 턱없이 낮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과 동시에, 각 프로젝트마다 소요되는 시간과 고민의 양, 그리고 공사에 필요한 보다 상세하고 정확한 도면이 평균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건축이 문화이기를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하기를 바라기 이전에 먼저 고쳐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을 생존에 비유하고, 업무를 먹거리로 비유하는 것이 다소 처절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현실이 점점 어려워지니 어쩔 수 없이 이러한 비유를 자주 듣게 된다. 모든 식당이 문을 닫는 상황이 생기면 집에 보관된 즉석 식품이라도 먹어야 하듯이, 심리적으로 건축사 업무가 줄어들면 보다 더 낮은 가격이라도 수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렵다고 더 자세를 낮추면 안 된다. 시급하게 민간 대가 기준을 확립하고 이것이 철저하게 지켜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생략되고 간소화되었던 업무들이 보완되어 제대로 설계하고 제대로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건축사가 각각의 재료와 시공방법을 정하고 표기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아직까지도 민간에서는 시공자에 의해 도면에 표기된 지정된 재료가 바뀌는 경우가 많고, 공공에서는 발주자나 사용자에 의해 재료와 색상이 지정되거나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건축 전문가가 기능적, 미적인 것을 예측하고 계획하도록 한 것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비전문가에 의한 건축행위와 유사한 호칭 사용을 막고, 건축사의 업무범위를 되찾아야 한다. 수많은 상업 인테리어 현장에서 단열 및 소방 등 현행 법규에 맞춰 지어진 건물을 임의로 변경하고 있으며, 대수선이 필요한 업무들이 허가와 신고 없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대중의 인식부족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제도를 마련하고 확실히 지켜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30년 가까이 오르기는커녕 물가상승 대비 오히려 낮아져 버린 설계 대가는 비정상이다. 이제 정상화해야 한다. 아니 정상화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그리고 회원 모두가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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