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진섭 건축사)
(사진=김진섭 건축사)

흥덕왕릉은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에 자리한 신라 42대 국왕 흥덕왕(興德王 재위 826∼836) 김수종(金秀宗, 경휘景徽)과 장화 부인의 합장릉이다. 원성왕릉(일명 괘릉)과 함께 통일신라의 능원 양식이 가장 잘 보존된 두 왕릉 중 하나다. 왕릉 근처에서 몇 조각의 묘비 파편이 발견되었는데 거기 기록되어 있는 얼마 안 되는 글자 중에서 흥덕대왕이 태조 성한의 24대손이라는 문구가 있어 이 무덤이 흥덕왕릉인 것이 확실해졌다. 신라의 왕릉 중 무열왕릉 등과 함께 확실하게 특정 왕의 능이라고 제대로 밝혀진 몇 안 되는 능 중 하나다. 지정면적 6만1,983㎡, 무덤의 지름은 20.8m, 높이는 6m이며, 1963년 사적 제30호로 지정되었다.

천년의 사랑을 품은 능(陵)
흥덕왕은 826년에 왕이 되어 836년에 승하할 때까지 10년간 재위하였다. 장보고로 하여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하여 서해를 방어하게 하였고, 당으로부터 가져온 차(茶) 종자를 지리산에 심어 재배하도록 하였다. 모든 관등의 복색을 달리하여 골품 간의 계층 구별을 엄격히 했고 사치풍조를 금하는 교서를 내리는 등 개혁을 추진하였다.

흥덕왕릉은 비교적 커다란 둥근 봉토분으로 무덤 밑에는 둘레돌을 배치하여 무덤을 보호하도록 하였다. 둘레돌은 먼저 바닥에 기단 역할을 하는 돌을 1단 깔고 그 위에 넓적한 면석을 세웠다. 면석 사이에는 기둥 역할을 하는 탱석을 끼워 넣었는데, 각 탱석에는 방향에 따라 12지신상을 조각하였다. 탱석과 면석 위에는 다시 갑석을 올려 마무리를 하였다.

무덤의 주위 네 모서리에는 각각 돌사자를 한 마리씩 배치하였고, 앞쪽의 왼쪽과 오른쪽에 문인석·무인석을 각 1쌍씩 배치하였다. 무인석상은 신장이 약 250㎝나 되는 큰 체구이며 부릅뜬 큰 눈과 콧등이 우뚝한 매부리코 그리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큰 얼굴이며 머리에는 아랍식 둥근 터번을 쓰고 있어 인상적이다. 이 모습으로 미루어 왕릉 무인상에 아랍인의 얼굴을 조각할 정도로 신라인들은 서역인과 활발한 국제 교류를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무덤의 앞 왼쪽에는 비석을 세웠는데, 지금은 비석을 받쳤던 거북이 모양의 귀부만 손상된 채 남아있다.
 

솔 숲 파노라마 (사진=김진섭 건축사)
솔 숲 파노라마 (사진=김진섭 건축사)

삼국유사 ‘흥덕왕 앵무’편은 왕의 순애보가 전해져 오고 있다. 당나라에 다녀온 사신이 앵무새 한 쌍을 가져왔다. 암컷이 이내 죽어버렸는데, 홀로 남은 수컷은 밤낮으로 슬피 울었다. 왕은 홀로된 새 앞에 거울을 두게 했는데 새는 거울 속 제 모습을 짝인 줄 알고 거울을 쪼다가 자신인 것을 알고 구슬프게 울다 죽어버렸다.

수컷 앵무새와 왕은 닮은 꼴이었다. 즉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왕비를 잃었다. 신하들은 다시 왕비를 얻으라고 간청을 했지만 왕은 ‘새도 제 짝을 잃고 저리 슬피 우는데, 훌륭한 부인을 잃은 내가 어찌 다시 결혼을 한다는 말인가?’라며 후처를 얻지 않았다. 왕은 평생 죽은 부인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사랑하는 부인의 능에 함께 잠들었다.

왕릉의 표지판에는 ‘흥덕왕은 형인 헌덕왕과 조카 애장왕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다’고 설명한다. 흥덕왕의 부인인 장화 부인은 애장왕의 누나이며 흥덕왕이 왕위에 오르고 2개월 뒤 사망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흥덕왕이 로맨티스트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왕릉 초입에는 삼릉에 견줄만한 안강형 소나무 솔숲이 병풍처럼 조성되어 있다. 안강형 소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란 ‘금강형’ 소나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줄기가 굽어서 마치 뱀이 하늘로 올라가는 듯하기 때문이다.

이곳 소나무 군락은 경주 삼릉과 더불어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의 작품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기형적으로 굽은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며 왕릉 주변을 감싸고 있으며 안개가 스며드는 새벽이면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한겨울의 아침에는 따듯한 빛이 꿈틀거리는 소나무를 파고들며 붉게 물들이는 광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이러한 풍경은 안강읍의 초·중등학교가 단골 소풍지로 선택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적지로 지정된 왕릉은 잘 다듬어진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눈을 올려보는 곳에 자리한 주위 소나무들과 조화를 이룬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출처 : 나무위키
주소 : 경상북도 경주시 안강읍 육통리 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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