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필서 건축사)
강필서 건축사 (사진=강필서 건축사)

엥겔계수는 식대가 소득의 몇%를 차지하느냐를 따져서 살기 좋음을 평가하는 지표이다. 비슷한 이름의 엔젤계수라는 항목으로 사회적 현상인 교육열을 지수화하더니, 최근에는 통신비 지출이 가구 소득에서 얼마나 차지하는지를 따져 보는 지표도 생긴 듯하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임대료, 냉난방비 등 시설비와 인건비가 주 지출요소가 되겠지만 소프트웨어의 지출비용도 전과 다르게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회사들이 구독 형태로 정책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 버전이라는 홍보에 사서 쓰던 소프트웨어가 컴퓨터를 바꿨더니 새로운 환경에 돌아가지 않아 하는 수없이 새롭게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는 사무소도 많을 듯하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1~4인)가 79%라고 하면 사용하는 운영체계·도면·그래픽·워드·모델링·프레젠테이션·내역·감리용 등등 소프트웨어도 상당하며 여러 명의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사무소에 비해서 구독 비용으로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낮은 출산율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으로 건축사의 숫자는 상당한 증가를 이뤘다. 건축사협회 회장 출마자들이 민간 대가 제정과 업역 확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소득 등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사무소의 운영비용의 절감을 위해서라도 단기·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건축사, 건축사보, 건축 전공 학생, 기타 유사업종 종사자를 포함한다면 그 숫자가 상당하다. 이를 기초해 우리는 필요한 소프트웨어들을 좀 더 저렴한 구독료로 구입하고, 개발사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최고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소프트웨어들과 거의 흡사한 중국산도 있고 국내산도 있다.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 대비 선택의 폭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그런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현재는 안창호 글꼴, 칠곡할매 글꼴 등 무료 글꼴이 넘쳐난다. 각 지자체, 기관들이 앞장서 보급한 덕분이다. 이면에는 글꼴 문제로 회원들이 숱하게 법률사무소를 들락거리며 내용증명 등 서류를 받고 고생하던 시절도 있었다. 협회에서 도면에 잘 맞는 글꼴을 용역을 줘서라도 개발해, 배포하는 형식으로 대응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요컨대 우리 회비, 내가 낸 교육비로 가능한 선에서 도면에 맞는 글꼴이나 필요한 앱 또는 소프트웨어 개발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렇게 투자하고 개발해서 회원에게 돌려주는 것이 중계 역할에 만족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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