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낙훈 건축사)
최낙훈 건축사 (사진=최낙훈 건축사)

최근 다양한 매체에서 ‘AI, 산업 전반에 걸친 영향력’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야에 따라 목표와 방식은 다르겠지만 생성형 AI는 점점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축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형 건축사사무소가 생성형 AI를 이용한 건축설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니까 말이다. 
사전 학습을 통해 손 스케치 이미지를 습득하고, 그것을 토대로 그럴듯한 건축물 이미지가 나오는 과정이 불과 수 십초에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미지의 완성도나 정밀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항상 시간에 쫓겨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작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많은 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중간의 상세한 프로세스를 건너뛰고 초기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는 것은 작업자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의 또 다른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이 시점에 환기해 볼 만한 것이 BIM이다. 실무를 시작할 무렵인 2000년대 초반, BIM은 그 필요성과 혁신성이 대두되는 시기였다. 물론 여전히 실질적인 이슈이기도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건축 산업 전반에서 정착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생성형 AI와 BIM의 가장 큰 차이는 작업자가 초기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의 양이다. BIM은 프로젝트의 규모, 난이도에 따라 초반 작업량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고, 협력 시스템의 구축 없이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생성형 AI는 투자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빠른 시간 내에 결과물을 보여주어 인력운용과 비용 투자의 무게를 줄여준다. 현재까지는 생성형 AI의 결과물이 2D 이미지에 국한된 결과물이지만 발전 속도를 본다면 학습을 통한 3D 모델링의 결과물도 ‘곧’ 구체화될 것이다. 

새로운 도구(Tool)의 정착과 사용은 건축 산업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가능성과 부작용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생성형 AI의 정착과 적응의 정도가 더 궁금하고 지난날부터 지금까지의 BIM의 활용과 비교되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아직까지 스케치가 더 익숙하고, 모형을 직접 만들며 도면 수정의 과정에서 확신이 생기는 것에 눈과 머리가 익숙한 세대이다. 따라서 생성형 AI의 정착이라는 변화에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한다.

도구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축사가 될 것인가, 능숙한 건축사가 될 것인가? 이분법적인 구분을 넘어 도구를 이용하는 본질을 잊지 않는 건축사가 되자고, ‘2024년 새해’를 다짐으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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