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춘수 건축사·(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공
류춘수 건축사·(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공

2024년, 푸른 청룡의 해라는 甲辰年 새해 아침에 모든 건축사 동료분께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아직 만으로는 77세인데 부르는 나이로 79세가 되었으니 여든 인생도 멀지 않군요. 바로 두어 달 전, 만 71세의 아내가 겨우 두 달의 입원 끝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떴으니,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해야 함은 물론 남의 일이 아님을 새삼 반추하는 세월입니다.

벌써 재작년, 2022년 9월 초 제주도에서의 성대한 건축사대회를 기억합니다. 개막식이 거창하게 열린 가운데 정치인과 관료들이 초청되어 성황을 이루었지만, 막상 다음날 제가 강의할 때는 1/3도 남지 않았던 씁쓸한 기억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미국 AIA 행사에 Fellow 자격으로 여러 번 가 보았지만 관료나 정치인을 한 번도 본 기억은 없었습니다.

저도 물론 회원인 건축가협회에는 미국 AIA의 Fellow를 흉내 내어 ‘명예건축가’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미국은 건축사인 AIA 회원 중에서만 정말 명예롭게 선출되지만, 우리도 물론 명예로운 분들이 당연히 많습니다만, 건축사 자격이 없어도 조경, 인테리어, 각종 디자이너는 물론 가구점 주인도 명예건축가 타이틀을 준다니 당연히 시정되어야 그 회원인 저도 덜 부끄러울듯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말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라 함은 즉 가짜 박사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제 이름 앞에 건축사를 建築師라고 쓴 것을 아직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우려에서, 진부한 얘기지만 다시 새해 아침에 제 생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세상에서 건축사를 建築士라고 쓰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입니다. 중국 대만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모든 나라는 선비士 아닌 스승師로 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의사는 물론 간호원도 간호師로 쓰며 그들 보고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으면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하급 관료를 뜻하는 士자로 建築士로 쓰다가 중국 사람들로부터 무안 당한 이후로 저는 40여 년 전부터 建築師로 씁니다. 20년 전쯤 저의 도착을 알리는 중국 신문에서의 한국 건축大師 柳春秀란 표현을 보고 마치 서산대사라도 된 기분이었답니다. 즉 그들은 원로 건축사에겐 大師로 부르니 얼마나 멋집니까? 명예건축가라는 호칭대신에 建築大師라 불러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2024년부터는 건축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명함에 건축가로 쓰면 불법으로 규제받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미 누구나 존경하는 건축가를 예외로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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