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심사과정서 청탁·로비 만연, ‘로비 죄의식’ 무뎌질 정도
공공건축시장 비정상적 관행, 건축산업 낙후 불러

심사위원 통합관리 등 공정·투명한 공공건축 시장
조성 위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필요

공공건축 관리 독립적 기관 설립해
로비 근절 계기 마련하고, 자정운동 병행해야

“공모 참가자 및 심사위원은 각각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사전접촉 금지서약서와 사전접촉 여부확인서 또는 이에 준하는 서류를 발주기관 등에 제출해야 한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제12조 제6항>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상 공모 참가자와 심사위원의 경우 심사과정에서 사전접촉과 설명, 금품 살포 등의 비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음에도 최근 경기 위축에 따른 발주 물량 감소와 업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며, ‘심사위원 로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최근 파주 ‘문산보건지소 및 노인복지관 설계공모’ 심사과정에서 참여업체 ○○가 심사위원에게 사전접촉을 시도해 물의를 빚었고, 이러한 사항이 협회 건축부조리신고센터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설계공모 당선을 위해 학연·지연 끈을 총동원해 이뤄지는 로비(사전 접촉)의 한 단면이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응모자의 사전접촉 시도를 신고받은 설계공모 관리 대행 업체 A사는 건축사 윤리규정에 의거해 센터에 접촉 건축사와 사무소 모두를 상대로 회원 권리정지 12개월을 요청했다. 센터는 A 업체로부터 ‘호의적으로 검토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 캡처파일을 넘겨받고, 후속 조치로 조사위원회가 이에 대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한 설계공모 심사과정에서는 당선작 선정 과정에서 명백한 실격처리 사항이 무시되는 사례도 벌어졌다. 제보에 따르면, 공고지침상 실격사유로 규정된 ‘렌더링 금지조항’을 위반한 B 업체 당선에 대한 이의 제기에 대해 발주기관 측에서 “당선업체에서 저작권을 문제 삼아 렌더링 원본파일을 전달해 줄 수 없다”고 밝히며, 파일의 메타데이터 확인 여부도 “종합적인 판단(?)을 하고 알려줄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확인 결과, 외부전문업체를 통한 렌더링 이미지 확인 여부도 당선업체 측에서 확인을 하도록 조처한 것으로 밝혀졌다.

발주기관 담당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심사결과 공개신청 시 심사과정 녹취록 또는 동영상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지만, 자료공개 또는 심사 관련 사항은 심사위 의견을 구하고 상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같이 해외의 경우엔 발주처의 심사 역량과 전문성이 뛰어나고 책임감과 권한도 크다”며 “시스템을 만들고 제도 자체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원칙을 지키고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공공건축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어 입찰 로비를 근절하는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공모 심사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또 다른 건축사는 “적지 않은 로비금(10∼30%)을 떼어주고 사무소를 운영한다는 건 그만큼 설계과정에 부실을 낳는다는 말이다. 실시설계 저가 외주로 설계품질을 떨어뜨려 전체 건축사에 대한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기업의 이윤감소는 우수인력 확보와 투자여력을 줄여 기업의 성장과 산업 전체 발전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며 “궁극적으로는 공공건축을 관리하는 독립적인 기관을 만들어 입찰 로비를 근절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고, 제도개선 노력과 더불어 이와는 상관없이 건축업계 차원의 자정운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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