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도시공원 시설물 어때야 하는지 보여줘
대지 조건 존중, 질서 재편성 위해 단순 직사각형 범위 정해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다공성 구조물 존재감 표출

해마다 전국 각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 새로 지어진 건축물 중 탁월한 작품을 선정해 건축상을 수여한다. 심사위원들의 경탄을 자아내며 시기마다 건축문화를 선도했던 작품들은 주변 환경과 함께 잘 숨 쉬고 있을까? 대한건축사신문은 역대 수상작들을 다시 찾아 그 건축물들의 현재 모습을 살피고 설계를 담당했던 건축사와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서른한 번째 작품은 제41회 서울특별시 건축상 공공부문 우수상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이다.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 설계=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 설계=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서울숲. ‘서울’에 있는 ‘숲’? 처음 서울숲이 조성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두 단어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1970년대 후반 서울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살아오는 동안, 서울은 매년 ‘숲’과 조금씩 더 멀어져 왔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는 어떻게든 빽빽이 여러 건물이 들어섰고, ‘숲’이란 큰맘 먹고 차 타고 나가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산업화가 본격화되던 1960년대 이후 서울에서 ‘개발’은 정방향이었고 사람들은 서울 안에서도 도시 문명의 이기(利器)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갖춘 지역에 살기 위해 하루하루 땀을 흘렸다.

이런 의미에서 (舊)뚝섬경마장이 자리했던 공간에 서울숲이 들어선 것은 의미 있는 생각의 전환이다. 역시 개발을 선택했다면 대단한 이익을 가져왔을 땅에, 그 이익을 포기하고 자연과 멀어진 서울 사람들을 위한 숲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제41회 서울시건축상 우수상 수상작으로 서울숲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만들어진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은 코로나 이후 찾아온 뉴노멀 시대, 도시공원 속 시설물은 어떻게 지어져야 하는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설계자 조남호 건축사는 4반세기 전부터 목조건축의 환경적 측면을 생각해 온 선구자다. 조 건축사는 “서울시는 탄소저감정책과 관련, 목조도시화 정책을 추진 중”이며 자신을 지명한 이유도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말했다.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 설계=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Ecological Matrix, 숨쉬는 그물’, 설계=조남호 건축사, 주.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윤준환)

생태적 매트릭스(Ecological Matrix)는 ‘현대도시의 물리적, 정신적 맥락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설계자는 설명한다. 설계자가 구현하고자 한 매트릭스는 건축물이 들어서는 공간과 그 공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수용하는 수학적 배열과 프로그램의 발달과 끝을 수용하는 틀로서의 의미가 있다. 처한 공간과 조건에 따라 자신을 강요하지 않고 열려있다.

‘숨쉬는 그물’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유연성을 상징한다. 주어진 대지 조건을 존중하며 질서를 재편성하기 위해 단순한 직사각형의 범위를 정한다. 지붕은 모든 공간에 일관적으로 설치되지 않았다. 단순하고 느슨한 질서를 보여주는 질서의 기하학적 지붕은 자연과 교류하며 다양하게 활용된다.

조남호 건축사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너무 드러내지 않는 형태지만 고유한 다공성(多孔性, 구멍이 많은 성질) 구조물의 존재감을 느끼도록 디자인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다공성 세포의 다발로 구성된 목재는 여러 좋은 효과를 자아낸다. 이러한 목재의 특성을 확장한 다공성 구조로 만든 시스템에 대해 조 건축사는 ”철근콘크리트가 이뤄온 20세기 볼륨의 시대를 대체하는 새로운 건조 방법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호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조남호 건축사, 주.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조남호 건축사)
조남호 건축사, 주.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사진=조남호 건축사)

Q. 이 건축물을 설계하시게 된 과정과 설계 과정에서 특히 염두에 뒀던 점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숨쉬는 그물’은 매년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역 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국제지명공모를 통해 선정되는데 2022년 해외 3팀 국내 한 팀(솔토지빈)이 지명되어 제안서를 제출했고, ‘숨쉬는 그물’이 선정되었습니다.

Q. 염두에 뒀던 점을 어떻게 구현하셨는지요?

새로운 건축의 유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면 흔히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하기 마련이지요. 목재를 마치 조적처럼 적층해 만들며, 지붕까지 목조로 마감해 외부에 노출시키는 일은 도전적인 일입니다. 구조와 목재 전문가들과의 오랜 협력을 통해 ‘숨 쉬는 그물’만의 고유한 특성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Q. 설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로운 구축법의 구조해석과 세월에 견디는 내구성을 판단하는 일, 그리고 그 내용을 공공영역에서 설득하고 실현해 나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과학적인 사고와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서울시가 열린 태도로 존중해 주어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Q. 건축설계를 시작하면서 가진 건축적 지향점이 있다면?

건축의 내적 원리에 충실하면서도 공적 가치를 담아내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작업합니다.

Q. 그 지향점을 이 작품에 잘 반영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숨 쉬는 그물’은 서울숲 야외공연장의 무대와 주변을 포함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입니다. 공연장의 무대로서의 성능뿐만 아니라 주변으로부터의 다양한 접근에 열려 있으면서 무대 후면은 주민들을 위한 두 개의 쉼터를 포용하지요. 공공성을 담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목재 사용을 통해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최근 환경위기 대처는 건축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입니다. 저의 건축적 지향점이 작지만 일관되게 반영된 작업입니다.

Q. 이번 수상이 건축사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저는 25년 전부터 목조건축의 환경적 측면을 주목해 연구와 작업을 지속해 왔습니다. 최근 서울시는 탄소저감정책과 연관해 ‘목조도시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저를 지명한 이유도 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 일입니다. 목조건축이 단순히 전원형의 건축을 넘어 도시 안에 보편적 건축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Q. 근래 들어 관심을 두고 있거나 설계에 적용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최근 저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서울시립동대문도서관 국제공모에서 당선되었습니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규모(2만5,000㎡) 건축물에 목구조를 시도한 첫 프로젝트입니다. 탄소배출의 40%를 차지하는 건설 분야에 속한 사람으로서 환경문제에 대한 보다 절실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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