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TV에서 제시하는 우리의 소원은 ‘2030 부산 엑스포’였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쟁에서 힘없이 무너지고 매일이 축제 같던 홍보행사는 다음을 기약하며 끝이 났다. 그런데 나의 소원은 2030 부산 엑스포가 아니었다. 그 엑스포가 개최됨으로 인해 파생되는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와 문화·경제적 교류, 기업 홍보는 역시 나에게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현재 필자는 내일의 먹거리, 다음 달을 버틸 수 있는 일거리가 소원이자 염원이다.
‘우리의 소원’인 의무가입이 법제화되었다. 변협 등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이 우리의 일이 된 것이다! 건축사들의 권익과 이익에 반하는 것을 이제는 한목소리로 맞설 수 있게 되었으며 법적인 분쟁도 협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정말 공인으로서의 역할과 책임도 무거워졌지만 내 뒤에 협회가 있으니 더 힘내어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다만 작년과 달라지는 매출과 주변의 힘들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보이지 않는 울타리보다 눈에 보이는 현실 문제가 더 커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감리와 업무대행 건수를 보면 매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더해 그나마 부담을 줄이고자 시작한 1인 사무소의 설 자리도 자꾸 줄어들고 있다. 석면 감리, 해체 상주감리, 건축물 유지 보수 등 하나씩 배제되고 있지 않은가.
졸업하면 서울로 올라가 버리는 초년생들, 3년 수련 기간이 지나면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합격 후 개소를 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그러다 보니 1인 건축사사무소만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직원을 구하고자 2년을 알아보다 결국 포기했다. 인근 광역시에서도 구하지 못하는 직원을 작은 시의 1인 사무소에서 구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국토부에서는 건축 관련 사고들이 하나씩 생길 때 마다 규모 제한과 제재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럴 때 부당하다고 외치지 못한다면 우리의 소원인 의무가입은 무엇 때문에 그리도 목 아프게 외친 것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소원은 민간 건축 설계 대가라고 한다.
나 역시 건축주와의 설계비 협의에서 제대로 된 금액에 미치지 못하는 선으로 계약이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몇 번의 소모전을 치르고 나니 설계 대가의 중요성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노력을 제대로 된 대가로 받는 것은 긍지를 올리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민간 설계 대가도 수주했을 때 행복한 이야기이다.
34대 대한건축사협회장 선거의 막이 올랐다. 세 후보의 공통적인 약속은 민간 설계 대가를 법제화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소원은 더 이상 1인 사무소의 설자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캐드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비전공자를 직원으로 채용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이상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기자명 배미선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강나루 <경상남도건축사회>
- 입력 2023.12.28 14:50
- 수정 2023.12.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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