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헌 건축사(사진=최병헌 건축사)
최병헌 건축사(사진=최병헌 건축사)

최근 도시계획 연구물 중 국내 중소도시 건축물의 개별 혹은 군집된 형태들을 모델로, 다양한 접근을 이룬 리서치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아닌 지방 시군의 군상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이 반갑기도 했지만, 단편적인 표현과 스냅 속에 대도시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입면과 형태들에 대한 조롱스러운 태도가 묻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겠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현상들은 취재 혹은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를 위해선 과정에 대한 이해와 학습이 선행되어야 편견 없는 글과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건축잡지에서 건축사사무소를 대형, 아틀리에, 허가방 이라는 삼분법으로 구분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거꾸로 대입해 보면 이 3개의 카테고리에 섞이지 못하면 건축사사무소가 아닌가. 또는 스스로를 이들 중 하나의 카테고리라고 인정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사무소 개수에 비추어 보면 1인 사무소 등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상회할 것이다. 이는 몇몇 이유로 단기간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정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이다. 중소도시에서 보편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건축 형태들처럼 말이다. 

건축사사무소가 아닌 업체에서 건축설계와 허가 업무를 진행하는 광고들에 대한 신고 또는 제보를 받는다는 협회의 알림이 오곤 한다. 우리는 현재의 학제 기준으로 5년의 대학 생활과 3년 이상의 실무를 거쳐 건축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어려운 과정을 거친 탓에 스스로 품위를 유지하고 권리를 지켜야 하며, 흑백논리의 이분법으로 우리를 구분해서도 안 된다. 

학교 강의를 몇 년째 나가면서 바라건대, 혹독한 현실과 건설경기·수많은 현실의 장벽들을 아직은 모르는 그들에게, 그들이 꿈꾸는 건축사의 미래를 우리가 만들어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최근 경기 전반이 침체되어 건축사사무소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고용시장도 같이 위축되고 취업의 문도 연쇄적으로 좁아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에 걸친 건축사의 양적 증가도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들을 더욱더 경쟁적인 시장으로 몰아가는데 일조하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 시대적인 변화들 속에서 우리가 좁게 보면 하나의 직업군, 넓게 보면 건축인으로서 격을 갖추고 시장 질서를 유지해 나가려면 우리부터 자정하고 기술적으로도 끊임없이 수련하며 학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급의 반의어는 초급 혹은 저급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숙련도나 전문성에 있어서 초급, 고급 건축사로 나뉠지언정 저급과 고급으로 스스로 혹은 누구도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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