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꽃
 
- 김영태
 
과꽃이 무슨
기억처럼 피어 있지
누구나 기억처럼 세상에
왔다가 가지
조금 울다 가버리지
옛날같이 언제나 옛날에는
빈 하늘 한 장이 높이 걸려 있지
 

 

- 김영태 시집 ‘누군가 다녀갔듯이’  중에서/ 문학과지성사/ 2005년

평론가 김인환은 이렇게 말했다. “김영태는 자신의 내면에서 꿈꾸고 있는 단어들을 끄집어내는 놀라운 몽상가다.” 물론 이 말 뒤에는 “시선의 명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나는 김영태를 미니멀리스트로 본다. 미니멀리즘은 몽상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김인환의 지적도 맞지만 근본적으로 재현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몽상과 다르다. 몽상은 이해할 수 없는 조합이지만 미니멀리즘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을 백지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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